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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자전거 ◐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자전거 ◑ ≡ 2008년 가을 ≡ 지난 가을, 내 생일 전날이었습니다. 퇴근 길에 휴대폰 벨이 울렸습니다. '어머니'라고 쓰인 걸 보니, 외출 중에 전화를 거신 모양입니다. 어머니는 이웃 마을에 있는 유창아파트에 혼자 살고 계십니다.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참 좋다." 기회 있을 때..
배양구지 그리고 황새다리 배양구지와 황새다리 이야기 우리 가족은 정읍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삼십여 년 동안을 백양리에서 살았습니다. 일가친척 한 사람 없었지만 어려운 시절을 정붙이며 살았기에,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는 고향 마을입니다. '백양리(白良里)'라는 이름을 글자로 풀이해보면, 마음씨가 곱고 어진 사람들이..
어설픈 수박겉핧기 三題 어설픈‘수박 겉핥기’삼제(三題) 많은 사람들은 세상일에 쫓기며 바쁘게 살다보니 뒤돌아 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아쉬워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야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며 자기 탓과 세상 핑계를 대기도 합니다. 나 역시 못다 한 숙제 보따리를 이제야 들추어보면서, 흘러간 세월과 미적지..
도시락 대신 버거운 짐을 지고 도시락 대신에 버거운 짐을 지고 정남초등학교에서 2년째 근무하던 해였습니다. 문교부 지정 급식 연구학교 운영이라는 커다란 과제가 우리 학교에 떨어졌습니다. 연구학교는 관계 기관의 지정과 예산 지원으로 국가의 교육정책을 학교 교육 과정에 적용하여 그 효과를 검증하는 학교였습니다. 특히 ..
여름 밤 산책길에 여름 밤 산책길에 - 출발 ! 천변으로 - 정읍천은 내장산을 비롯한 부근의 높고 낮은 산골짜기를 근원으로 하는 작지만 정겨운 물길입니다. 그 중에서도 정동교부터 연지교까지 시내를 흐르는 3킬로미터 정도의 천변은 산책로로써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곳입니다. 특히 한여름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
부끄러운 자화상 부끄러운 자화상 겨울이면 눈 오는 날이 그저 좋기만 했던 어린 시절, 사나흘씩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이면 마을 청년들이 모두 나와 작대기 한 개씩을 챙겨들고 이 마을 저 마을 건너다니며 꿩 몰이를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럴 때면 나는 토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었습니다. 청년들..
단 한번의 어루만짐으로 단 한번의 어루만짐으로 '오늘은 정수의 입을 기어코 열어보리라.' 앞으로 정수의 말문을 열어주지 못한다면, 나의 숙제는 미결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내가 기대한 일을 모두 잘 마친다 해도 말입니다. 정수는 고아원이란 특수한 환경에서 사랑의 ..
풍금과 빠이롱 풍금과 빠이롱 교단 초임 시절에 내 또래의 조 선생이 우리 학교에 새로 부임해 왔습니다. 조 선생에 첫 인상에 매우 호감이 갔을 뿐 아니라, 나와 같은 6학년을 담임하게 되어 기분이 썩 좋았습니다. 같은 해에 교직 생활을 시작한데다 동갑인지라 곧 허물이 터져 오래 사귄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