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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수박겉핧기 三題 어설픈‘수박 겉핥기’삼제(三題) 많은 사람들은 세상일에 쫓기며 바쁘게 살다보니 뒤돌아 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아쉬워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야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며 자기 탓과 세상 핑계를 대기도 합니다. 나 역시 못다 한 숙제 보따리를 이제야 들추어보면서, 흘러간 세월과 미적지..
도시락 대신 버거운 짐을 지고 도시락 대신에 버거운 짐을 지고 정남초등학교에서 2년째 근무하던 해였습니다. 문교부 지정 급식 연구학교 운영이라는 커다란 과제가 우리 학교에 떨어졌습니다. 연구학교는 관계 기관의 지정과 예산 지원으로 국가의 교육정책을 학교 교육 과정에 적용하여 그 효과를 검증하는 학교였습니다. 특히 ..
여름 밤 산책길에 여름 밤 산책길에 - 출발 ! 천변으로 - 정읍천은 내장산을 비롯한 부근의 높고 낮은 산골짜기를 근원으로 하는 작지만 정겨운 물길입니다. 그 중에서도 정동교부터 연지교까지 시내를 흐르는 3킬로미터 정도의 천변은 산책로로써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곳입니다. 특히 한여름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
부끄러운 자화상 부끄러운 자화상 겨울이면 눈 오는 날이 그저 좋기만 했던 어린 시절, 사나흘씩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이면 마을 청년들이 모두 나와 작대기 한 개씩을 챙겨들고 이 마을 저 마을 건너다니며 꿩 몰이를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럴 때면 나는 토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었습니다. 청년들..
단 한번의 어루만짐으로 단 한번의 어루만짐으로 '오늘은 정수의 입을 기어코 열어보리라.' 앞으로 정수의 말문을 열어주지 못한다면, 나의 숙제는 미결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내가 기대한 일을 모두 잘 마친다 해도 말입니다. 정수는 고아원이란 특수한 환경에서 사랑의 ..
풍금과 빠이롱 풍금과 빠이롱 교단 초임 시절에 내 또래의 조 선생이 우리 학교에 새로 부임해 왔습니다. 조 선생에 첫 인상에 매우 호감이 갔을 뿐 아니라, 나와 같은 6학년을 담임하게 되어 기분이 썩 좋았습니다. 같은 해에 교직 생활을 시작한데다 동갑인지라 곧 허물이 터져 오래 사귄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습니..
친목배구 3락(三樂) 동아리 배구 3락(三樂) 교직생활 40여 년 동안의 학교문화에서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교직원간의 친목 운동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모양새는 다소 변천되어 왔으나, 운동을 통해 다져진 친목을 교육의 에너지로 삼자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랜 동안 지속되어온 ..
난롯가에선 무슨 일이 난롯가에선 무슨 일이 ≡1957년 겨울≡ 방문을 슬며시 열고 얼굴을 내밀어보니, 어젯밤 눈보라에 토방은 물론 마루 위까지 하얗게 뒤덮였습니다. 쌩 하며 지나가는 칼바람에 나는 다시 이불 속으로 폭 들어가고 몸을 바짝 오므렸습니다. 오늘 같이 추운 날은 따뜻한 아랫목에 파묻혀 있으면 좋을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