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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자작수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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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수필)쪼가리 땅에도 봄은 온다 제10회 경북일보청송객주문학대전 수필부문 장려상 수상작품 쪼가리 땅에도 봄은 온다 / 문경근 겨우내 잠자던 땅이 부스스 깨어나는 기미가 보인다. 한 노인이 길가의 공터에서 흙을 뒤적이고 있다. 아직 비몽사몽 뒤척거리는 흙을 깨우려는가 보다. 농로를 따라 산책하는 나는 옷깃을 여미는데, 일하는 노인은 겉옷을 벗어부쳤다. 아직은 바람 끝이 차가운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구부리고 있는 노인의 등에서도 봄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도시에 몸을 붙이고 살면서도 작물을 가꾸려면 요맘때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도로 건너편에 아파트 단지가 버티고 있고, 노인이 일하고 있는 이곳 주변에는 제법 넓은 과수원이 자리 잡고 있다. 그 틈새에 숨어있는 듯 공터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보..
(자작수필)소설(小說) 무식쟁이 (자작수필/2014.10.18.) 소설(小說) 무식쟁이 ‘알맞게 잘 삶아진 꼬막은 껍질을 까면 몸체가 하나도 줄지 않고, 물기가 번드르르 돌게 마련이다. 양념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대로 꼬막은 훌륭한 반찬 노릇을 했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비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
(자작수필)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것들 (자작수필/2014.8.7)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것들 비 오는 날에는 온전히 집안일에 몰두할 수 있어 좋다. 햇빛 속에서 허둥대던 바깥일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나를 내맡겼던 거리의 혼잡 속에서도 벗어났다. 안에다 주저앉히기에 딱 좋은 날이다. ..
(자작수필)여름에 대한 변호(辯護) (자작수필/2014.8.18.) 여름에 대한 변호(辯護) 엊그제까지만 해도 구박의 대상이었던 여름이 곧 떠나려는가 보다. 타오르던 여름이 갈 채비를 하고 있다는 증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콧속으로 스며드는 공기의 느낌이 미세하게나마 다름을 느낀다. 기세등등했던 무더위도 수그러들고..
(자작수필) 전북일보 '금요수필' 게재 촌로(村老)의 한 마디 2014 년 06 월 26 일 목22:01:34 기고 ▲ 문경근 길게 말하는 데는 도통 재주가 없어서인지 조리 있고 긴말로 좌중을 이끌어가는 사람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다. 감칠맛 나고 유머까지 섞이면 금상첨화다. 그런가 하면 짧은 한마디인데도 오래도록 마음에 꽂히는 경우가 ..
(자작수필) 마음의 이목(耳目) (자작수필/2014.6.25) 마음의 이목(耳目) 눈앞의 호수가 시원스럽다. 둑을 따라 산책로가 나있고 길가엔 수양버들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듯 물을 적시고 있다. 호숫가엔 듬성듬성 풀 더미들이 조그만 섬처럼 얹혀있다. 왜가리 한 쌍이 한가로이 물 위를 날아다니다 이곳에서 번갈아가며 ..
(자작수필)변합없으시네요 (자작수필/2014.5.14) 변함없으시네요 문경근 직접 만나는 것도 아니고 통화인데도 설렘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45년 만의 연락이 어디 흔한 일인가. 처음에 무슨 말을 건넬까. 목소리는 어떨까. 모습은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한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며칠 전, 신문에서 J가 대표로 있는 단..
(자작수필) 잔정 (자작수필2014.5.2) 잔정 매주 수요일 309호 수필반 강의실에 들어선 문우들은 아침 인사를 주고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겨우 일주일만인데도 그리 반가운지,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이날도 수업 시작 전의 강의실 풍경은 그랬다. 그런데 만경강 시인 K 문우가 보이지 않았다. 농장에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