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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복쟁이 우정 재현하기 우리 셋은 70년 넘는 꾀복장이 친구 사이로, 자칭 '배양구지 3총사'다. 2024년 4월 18일~19일, 1박 2일 나들이에 나서는 날, 각각 서울, 부안, 전주에 사는 우리는 정읍역에 집결했다. 갈 곳은 만나서 이야기하면 된다. 그래도 조그만치의 착오가 없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계획보다 무계획이 편하고, 작정보다 무작정이 더 나은 나들이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갔었던 내소사를 시작으로 격포, 고사포, 변신해수욕장, 새만금댐, 선유도, 고마저수지 등을 돌아왔다. 첫날 밤을 격포 바다호텔에서 묵었는데, 바다를 향한 전망이 일품이었다. 초등 시절 밤세워 공부한답시고 한방에서 잔 일이 있었는데, 그땐 이불싸움 꽤나 했었지. 이날 밤의 호텔 잠은 각자 침대가 있으니, 이불싸움 할 일은 없..
제19회 생활문예대상 수상(입선) 제19회 생활문예대상에 응모했더니, 수상 수식이 왔습니다. 전국에서 5475편이 응모했다니, 관심있던 사람이 많았던 가 봅니다. 입상자는 대상을 포함해 총 100명이었습니다. 경쟁률이 꽤 높은 편이라, 비록 입선이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전주박물관 가는 길가 과수원에 복숭아꽃이 만발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국민동요 ‘고향의 봄’을 절로 흥얼거린다. 어릴 적 고향에서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을 생각난다. 연분홍 꽃이 화사하기 피어 눈앞이 온통 황홀경이다. 한참을 서성거리며 복숭아꽃의 상징인 순수함과 새로운 시작을 마음속에 담는다. 오늘은 여기가 '무릉도원(武陵島源)'이다.
(자작수필)쪼가리 땅에도 봄은 온다 제10회 경북일보청송객주문학대전 수필부문 장려상 수상작품 쪼가리 땅에도 봄은 온다 / 문경근 겨우내 잠자던 땅이 부스스 깨어나는 기미가 보인다. 한 노인이 길가의 공터에서 흙을 뒤적이고 있다. 아직 비몽사몽 뒤척거리는 흙을 깨우려는가 보다. 농로를 따라 산책하는 나는 옷깃을 여미는데, 일하는 노인은 겉옷을 벗어부쳤다. 아직은 바람 끝이 차가운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구부리고 있는 노인의 등에서도 봄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도시에 몸을 붙이고 살면서도 작물을 가꾸려면 요맘때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도로 건너편에 아파트 단지가 버티고 있고, 노인이 일하고 있는 이곳 주변에는 제법 넓은 과수원이 자리 잡고 있다. 그 틈새에 숨어있는 듯 공터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보..
56년 전의 치부책 다시 모임의 총무를 맡아 봉사하게 되었다. 몇번째 맡았는지도 가물가물 장부를 펼쳐보니 노리끼리 하니 묵은내가 솔솔 1968년 2월 창립이니 어언 56년이 흘렀다. 첫발령 새내기 교사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정년퇴임한지도 14년이 지났다. 장부의 첫장 기록을 보니 당시 돈 가치가 감이 안 잡힌다. 5개월 회비가 500원~(방학때만 만남) 졸업기념 임시모임엔 10명 참석했는데 탕수육 500원, 우동 400원에 사진,꽃,담배,술 등 합계 3420원이 들었단다. 나름 소중한 기록이다. 아, 옛날이여!!
작은 일도 인연이 얹히면 지금부터 55년전, 발령장을 들고 오지학교에 첫걸음하던 날, 교무실에 나타난 만물상 아저씨가 책상 위에 온갖 물건들을 펼쳐놓았다. 아저씨의 달콤한 유혹에 홀딱 넘어가 한 가지를 추켜들었으니, 사진속의 전지가위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등단 날 있었던 일을 증거하는 유일한 기념품(?)이다. 전지가위를 만지고 있으면 교단 첫날 버벅대던 일이 절로 떠오르곤 한다. 이젠 전지가위도 녹슬고 무디어졌으며, 나 또한 세월에 순응하며 지내고 있다.
일상탈출 작당모의 세 딸과 아내가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 여자들만의 일상탈출 작당모의 끝에 이루어진 일이다 어릴 적엔 딸들 손을 잡아주던 아내도 이번엔 딸들이 내민 손을 잡고 2박3일 나들이 길에 함께 나섰다. 완전무결한 해방을 지원하기 위해 난 카톡도 자제하고 있다. 지금은 혼자라 홀가분하지만, 조금 지나면 아마 빈자리가 크게 보이겠지. 근데 고마우면서도 짠한 마음이 이는 건 왜일까.
동백꽃은 세 번 핀다는데 나무에서 피고 땅에서 피고 마음속에서 피고... 현장을 보니 '동백꽃은 세번 핀다'는 말이 맞다. 나무에도 땅에도 동백꽃의 선홍빛이 흥건한 아파트 정원-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는 손녀의 신발마저 빨갛게 물들었다. 한 번 더 핀건가? 쌍둥이 손자의 마음속에도 이쁘게 스며들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