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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의 외면 봄빛이 찾아들고 있는 삼천천에 물질을 잠시 멈춘 오리와 백로가 한가롭다. 겨우내 어디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아무튼 무탈하니 다행이다. 잘 견딘 그들에게 봄은 선물이다. 오리들은 무언가 소통을 바라는 몸짓인데 짐짓 백로는 외면하고 있다. 아마 부끄러워 그런게 아닐까. 혼자라서...
삼일절 단상(斷想) 초등시절의 삼일절은 학교가는 날이지만, 책보는 안 갖고 갔다. 지난 밤에 부러진 크레용으로 그린 태극기 하나만 달랑 움켜쥐고 가니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운동장을 가득채운 아그들은 꽃샘추위로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잠시 후 자작 태극기를 휘두르며 만세삼창을 대차게 부르기 위해서 견디고 있었다 '대한독립만세! 만세! 만세!'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오늘, 아파트에 꽂힌 태극기는 몇 안 된다. 내건 집이 오히려 멋쩍어 보이는 삼일절이다.
어느 날 저녁 (이따금 시시하게 114) 쌍둥이 손자는 책을 보고 손녀는 책을 읽고 나는 그걸 보며 빙긋이 웃고 ....
내 책의 안부를 묻다 전주효자도서관 서가 한켠에 꽂혀있는 내 두번째 수필집 '이따금 시시하게'엔 아직 손때가 묻지 않았다. 아무도 읽지 않았다는 증거다. 너나없이 책을 가까이 할 여유가 없는 요즘. '사는데 중헌게 뭔디?'라고 물으면 난감하다 하물며 무명 작가의 수필집에 얼마나 눈이 갈까. 그냥 꽂혀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나저나 정읍시립중앙도서관에 꽂혀있는 첫번째 수필집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의 안부는 어떤지 궁금~
'달집' 준비 중 정월보름을 며칠 앞둔 날 삼천천변에 달집이 마련됐다. 산책 걸음을 잠시 맘추고 소원을 몇자 써서 달집에 매달았다. 손주 이름 순서대로 쓰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이런 일로 가슴이 뛰는 건 드문 일이다. 이 또한 나이 들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삼단논법을 불러들이다 강치가 지칠 줄 모른다, 날씨 핑계대며 방콕 자세로 뭉그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삼단논법이 생각난다. ㅡ나는 동물이다 ㅡ동물은 움직인다 ㅡ고로 나는 움직여야 한다. 이 결론에 따라 단단히 싸매고 집을 나섰다. 한참 걸으니 걸을 만하다. . 고마워요. 아리스토텔레스 님 !
복권 살 때마다 '꽝' 지갑 속에 한달쯤 지난 복권. 표시된 동그라미를 보니 띄엄띄엄 4개 숫자가 맞았다. 저게 횡으로 한줄로 되었어야 하는건데. 그날 요행을 바라고 있었을 내 모습. 저런! 속물~ 꽝인걸 알면서도 여태 버리지 않은 걸 보니 행여 '패자부활전' 추첨이라도 기대한 걸까. ㅎㅎ
아산문학상 전국공모에서 금상을 받다 지난 12월 11일(일) 온양제일호텔 크리스탈홀에서 열린 2022전국창작문예공모 제6회 아산문학상 시상식에서 수필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아산문학상은 아산문화재단과 한국문협아산지부에서 주최하는 전국 단위 공모전으로, 아산을 널리 알리고 이순신의 난중일기 재조명과 그 문학적 위상을 드높인다는 취지로 매년 열리고 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에서 249편의 수필이 응모됐으며, 응모작 가운데 제 수필 ‘아버지의 인주’가 뽑혀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퍽 감동적이며 묘사력과 문장력이 뛰어나고 사념에 잠겨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호평해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수필에 입문한 뒤 전국공모에서 최고상은 처음이다. 운이 따랐겠지만 기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