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64) 썸네일형 리스트형 일상탈출 작당모의 세 딸과 아내가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 여자들만의 일상탈출 작당모의 끝에 이루어진 일이다 어릴 적엔 딸들 손을 잡아주던 아내도 이번엔 딸들이 내민 손을 잡고 2박3일 나들이 길에 함께 나섰다. 완전무결한 해방을 지원하기 위해 난 카톡도 자제하고 있다. 지금은 혼자라 홀가분하지만, 조금 지나면 아마 빈자리가 크게 보이겠지. 근데 고마우면서도 짠한 마음이 이는 건 왜일까. 동백꽃은 세 번 핀다는데 나무에서 피고 땅에서 피고 마음속에서 피고... 현장을 보니 '동백꽃은 세번 핀다'는 말이 맞다. 나무에도 땅에도 동백꽃의 선홍빛이 흥건한 아파트 정원-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는 손녀의 신발마저 빨갛게 물들었다. 한 번 더 핀건가? 쌍둥이 손자의 마음속에도 이쁘게 스며들었겠지. 백로의 외면 봄빛이 찾아들고 있는 삼천천에 물질을 잠시 멈춘 오리와 백로가 한가롭다. 겨우내 어디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아무튼 무탈하니 다행이다. 잘 견딘 그들에게 봄은 선물이다. 오리들은 무언가 소통을 바라는 몸짓인데 짐짓 백로는 외면하고 있다. 아마 부끄러워 그런게 아닐까. 혼자라서... 삼일절 단상(斷想) 초등시절의 삼일절은 학교가는 날이지만, 책보는 안 갖고 갔다. 지난 밤에 부러진 크레용으로 그린 태극기 하나만 달랑 움켜쥐고 가니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운동장을 가득채운 아그들은 꽃샘추위로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잠시 후 자작 태극기를 휘두르며 만세삼창을 대차게 부르기 위해서 견디고 있었다 '대한독립만세! 만세! 만세!'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오늘, 아파트에 꽂힌 태극기는 몇 안 된다. 내건 집이 오히려 멋쩍어 보이는 삼일절이다. 어느 날 저녁 (이따금 시시하게 114) 쌍둥이 손자는 책을 보고 손녀는 책을 읽고 나는 그걸 보며 빙긋이 웃고 .... 내 책의 안부를 묻다 전주효자도서관 서가 한켠에 꽂혀있는 내 두번째 수필집 '이따금 시시하게'엔 아직 손때가 묻지 않았다. 아무도 읽지 않았다는 증거다. 너나없이 책을 가까이 할 여유가 없는 요즘. '사는데 중헌게 뭔디?'라고 물으면 난감하다 하물며 무명 작가의 수필집에 얼마나 눈이 갈까. 그냥 꽂혀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나저나 정읍시립중앙도서관에 꽂혀있는 첫번째 수필집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의 안부는 어떤지 궁금~ '달집' 준비 중 정월보름을 며칠 앞둔 날 삼천천변에 달집이 마련됐다. 산책 걸음을 잠시 맘추고 소원을 몇자 써서 달집에 매달았다. 손주 이름 순서대로 쓰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이런 일로 가슴이 뛰는 건 드문 일이다. 이 또한 나이 들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삼단논법을 불러들이다 강치가 지칠 줄 모른다, 날씨 핑계대며 방콕 자세로 뭉그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삼단논법이 생각난다. ㅡ나는 동물이다 ㅡ동물은 움직인다 ㅡ고로 나는 움직여야 한다. 이 결론에 따라 단단히 싸매고 집을 나섰다. 한참 걸으니 걸을 만하다. . 고마워요. 아리스토텔레스 님 ! 이전 1 2 3 4 5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