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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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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도시락은 가장 맛난 음식 나에게 도시락은 가장 맛난 음식 사람마다 제각기 좋아하는 음식이 있겠으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음식의 기호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나에겐 세월의 흐름에 상관없이 이따금씩 생각나는 음식이 있으니, 점심시간에 먹던 '도시락밥'이 그것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직 생활의 전반기까지 무..
대학생활의 그림자 대학생활의 그림자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나는 진로 문제로 적잖이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학원 문턱조차 가보지 않았던 나는 모의고사에서 영어 시험만은 1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진학할 것을 권했지만, 그 무렵 나는 대학 가는 ..
아찔한 질주 ◐ 아찔한 질주◐ ≡2006년 여름≡ 지난 일요일, 우리 부부가 둘째와 셋째가 살고 있는 익산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멀지는 않지만 직장 때문에 떨어져 사는 것이 안쓰러워 자주 오고가는 편입니다. 최근에 익산에서 김제까지의 새로 난 도로는 반듯하고 넓어 운전자에겐 과속 운전의 유혹을 떨쳐버..
그 시절 달밤지기가 되고 싶습니다. 그 시절 달밤지기가 되고 싶습니다. ≡1958년 가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동녘 하늘에 둥근 보름달이 얼굴을 내밉니다. 저녁 식사를 서둘러 마친 마을 사람들은 달오름에 맞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동구 밖 모정 마당에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모정 옆 텃논에는 가을걷이를 기다리는 누런 벼들..
길거리에서 문화를 만나다. 길거리에서 문화를 만나다. <첫째날> 2008년 11월 15일 토요일. '영원길거리문화제' 이 가을의 끝자락에 고향 영원의 길거리에서 특별한 문화를 만났습니다. 듣기에도 생소한 길거리문화제가 과연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그 안에 무엇들이 담기게 되는 것인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찾은 것입니다..
야학방의 냄비꼭지 야학방의 냄비꼭지 일찌감치 저녁 식사를 마친 마을 아낙들이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종종걸음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우리 집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토방에 올라서기가 무섭게 어깨에 내려앉은 눈을 탈탈 털면서, 저마다 한 마디씩 던졌습니다. "아이고 추워. 이 놈의 강치 때문에 지 독아지 다 ..
이거 먹고 힘 좀 내라. 이거 먹고 힘 좀 내거라. 나는 여름 보양 식으로 삼계탕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이는 50여 년 전의 특별한 사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고모 댁에서의 중학교 유학 시절에 나는 잔병치레가 잦아 부모님의 걱정을 적잖이 끼쳐 드렸습니다. 여름 방학이 거의 끝나고 개학을 며칠 앞둔 2학년 때의 어느 날, 학..
보리밭에 대한 단상 보리밭에 대한 단상 보리는 소만(小滿) 무렵에 익기 시작하여 망종(芒種)이 되면 서둘러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이 조상들이 마련해놓은 절기의 지침이자 자연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봄의 뒤끝이 싱그럽게 채색되어가던 어느 날, 문중 일로 부안을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그날이 바로 절기로 소만이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