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자의 반격
최근에 배워서 만들어본 분경이 두 개 가 거실 한쪽에 놓여 있습니다.
자연의 축소판이라는 자부심으로 만든 이 분경은 흙, 바위, 야생화, 이끼 등이 제법 잘 어울립니다.
내 눈으로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초보라 별 볼품은 없지만 죽지 않고 잘 살고 있는 걸보면 대견하기도 합니다.
본시 화분 가꾸기에는 별 솜씨가 없어서 그런지 들여온 화분 치고 장기간 견뎌온 것은 드뭅니다.
요즘 성남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인 외손자가 할애비 집에서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 품을 떠나서도 잘 노는 게 신통합니다; 특히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부모의 눈길이 미치지 않으니 시절 만난 셈이죠. 이날도 서재에서 게임에 빠져 있었습니다.
나는 본경에 물을 뿌리면서 아내에게 무심코 한 마디 했습니다.
"김서방과 유서방에게 분경 한 개씩 나누어 줄가?"
익산에 사는 두 사위는 자주 오는 편이라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입니다.
"그럼 고서방은요?"
서재에서 게임에 빠져 있는 줄 알았던 외손자의 반격에 나는 뜨끔했습니다.
고서방은 바로 외손자의 아빠였거든요.
"고서방은 여름 지나고 더 멋진 걸 만들면 줄게."
나는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한편으로는 외손자가 벌써 그런 생각을 할만큼 자랐다는 게 참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얻은 교훈이 있으니. 바로 '형평과 균형' 입니다.
- 2013. 8.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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