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복장이 삼총사가 만나던 날
봄빛과 녹음이 어우러진 계절에 어릴 적 깨복장이 삼총사가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한 마을에 살면서 이런저런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었던 친구들입니다. 그러니까 67년 지기입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뿔뿔이 흩어져 지내다보니, 세월은 훌쩍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들도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고 지금은 은퇴의 여유를 즐기면서 초로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명절 때에는 부모님이 계신 고향 마을에 내려와 밤 세워 추억의 책장을 넘기곤 했었는데, 부모님이 떠나신 후로는 그마저 뜸해졌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게 사람 사는 순리이거늘…….
요즘은 서울에 사는 친구가 고향에 내려오는 날이 바로 우리 깨복장이 삼총사가 만나는 날이 되었습니다. 연락만 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만사를 뒤로 하고 모두 오케이입니다. 지난 번에는 정읍에서 복흥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추령 장승촌에서 만났습니다. 거기엔 고풍스런 장승이 서 있고, 자그마한 야생화 농장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평상 위에 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였습니다. 주인아줌마는 뒷산에서 막 따온 취나물과 표고버섯구이를 안주로 내놓았습니다. 텁텁한 막걸리와 무공해 안주, 그리고 거기에 인정 많은 주인아줌마까지…….
그러나 이날도 최고의 메뉴는 추억의 되새김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우리 삼총사의 컨셉과 딱 맞아떨어진 한나절이었습니다.
- 2013. 5.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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