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단상, 유동무식(有動無食) 유동유식(有動有食)
매주 한 차례씩, 한나절 산책 모임에 나서면 우선 마음부터 가볍습니다. 심신의 건강을 다지기 위해 만들어진 이 모임은, 구성원들의 퇴임 전 직종이 같다 보니 애초부터 대화의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구 할 것 없이 긍정적이고 인정이 넘칩니다. 건강을 위한 산책이라 하여 무작정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걷기는 기본이고 대화는 선택이지만 때로는 이를 필수로 여기며 입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간간이 누군가는 웃기는 이야기를 꺼내니, 걱정거리가 고개를 내밀 틈이 없습니다. 어디서 모아두었는지 새로운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거기다 산책 길 숲 속의 공기까지 청량하니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산책길은 작지만 기분 좋은 세상이 하나 더 있는 셈입니다.
나에게는 산책길에서 얻는 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이런저런 것들을 바라보면서 얻는 느긋함이 그것입니다.
나무, 풀, 물, 벌레……. 어느 것 하나 지난번과 같은 모습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발밑에 밟히는 돌까지도 제자리가 아닐 것입니다. 자연의 가족들을 동반자로 삼으면서 걷는 즐거움도 결코 놓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허기가 느낄 때쯤 되면, 일행의 관심은 오늘의 점심은 어디서 무엇을 먹느냐로 몰리게 됩니다. 먹는다는 것은 산책길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극히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이에는 이런 사자성어가 생겨났습니다.
유동유식(有動有食)-운동도 참여하고 점심도 함께 먹는 경우.
유동무식(有動無食)-운동은 참여하되 점심은 딴 데 가서 먹는 경우.
무동유식(無動有食)-운동은 참여 않고 점심만 먹으러 오는 경우.
무동무식(無動無食)-운동도 참여 안 하고 점심도 먹으러 오지 않는 경우.
팀의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유동무식(有動無食)이 으뜸이지만, 누구에게나 좋은 경우는 유동유식(有動有食)이 아닐까요?
"저는 다음주에 집안 일로 무둥무식(無動無食)입니다."
이런 우수개 사자성어도 알고 보면 모두가 웃자고 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어쨌든 가까운 시내권에 숲과 산책길이 있는 나지막한 산을 두었다는 것도 나에게는 큰 행운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행운은 동행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 2013. 3.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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