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도 여행의 일부
일상탈출, 기차여행 !
말만 들어도 가뿐하고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반일 여행.
오랜 기다림 끝에 선후배들과 어울려 실행에 옮겼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사는 모습도 거기서거기인 우리들.
걸어가야 할 길보다 걸어온 길이 더 긴 사람들끼리의 나들이.
두어 시간 정도의 여행이라 그리 길지는 않지만, 챙길 건 다 챙기고 할 건 다 했습니다.
대화, 음주, 가무 등 기본 코스도 빠짐없이 이행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코스인 노래방에서 작은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유독 정의감이 강한 선배가, 묻는 사람에 따라 왜 요금이 다르냐며 카운터에 가볍지만 야무진 항의를 했습니다.
젊은 주인도 지지 않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앞서 물으신 할아버지는 여덟 명이라 했고, 아저씨는 열 명이라 하여 요금 차이가 난 것입니다.”
이 말 한 마디에 기세 좋게 나섰던 선배의 입가에는 순간 웃음이 번졌습니다.
시작할 때의 공격적 자세는 온 데 간 데 없어졌습니다.
자신을 아저씨라 불러주는데 대해 금세 기분이 좋아져 더 이상 따질 명분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알고 보면 일행 중 두 사람은 엇비슷한 또래인데, 기대하지 않았던 호칭의 차별에 기분이 싹 바뀐 것입니다.
그 후로 그에 대한 상황 설명이 너무 재미 있어 또 한 차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귀로에는 홀로 다른 칸에 자리 잡고 고독을 즐기다가 깜빡 잠이 든 또 한 선배.
고향역에 하차한 일행은 기차가 다시 떠난 후에야 이를 알아차렸으니, 잠든 사람만 탓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그 선배는 다행히 다음 역에서 잠이 깨어 기차를 갈아타고 되돌아왔다는 후문이 있으니,
이 또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입니다.
하찮지만 유쾌한 해프닝도 여행의 일부분이니, 두고두고 빙긋이 웃음짓게 하는 추억거리로 남을 될 법합니다.
- 2011. 10.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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