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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사는이야기

나를 닮은 ‘전정가위’

                    나를 닮은 ‘전정가위’

 

우리 집 공구함 안에는 전정가위가 하나 있습니다. 낡고 헐거워졌지만, 아직도 최소한의 제 구실은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43년 전입니다. 교직생활을 시작한지 두어 달이나 지났을까?

교무실에 들어가니 책상 위에 갖가지 생활용품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소위 만물상이 오지 학교를 찾아온 것입니다.

도로에서 20여분은 족히 걸어야 되는데 이 많은 물건들을 어떻게 들고 왔는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파는 아저씨는 없는 물건이 없다며 허풍을 떨었습니다.

나는 이런 식의 상품 판매를 처음 보았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이것저것을 들여다보다가,

전정가위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무슨 연유로 그 물건을 추겨들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전정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없었던 때였으니까요.

 

어쨌든 그 전정가위는 내 것이 되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우리 집 공구함의 한 구석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 동안 공구함에 들어왔다가 사라진 도구들이 많았지만, 이 물건만은 요지부동으로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젊은 시절 시골에 살았을 때 울안에 장미를 가꾸었는데, 그때 이 전정가위는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이 물건의 전성기였나 봅니다.

그 이후로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지금껏 남아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요즘 유달리 이 물건이 달리 보입니다.

행여 묵은 물건들을 따라서 버려지지나 않을까 신경이 쓰입니다.

나의 교직경력과 일치한다는 의미가 부여되면서부터 소중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작은 것도 의미가 생기면 아름다워지는 게 맞나 봅니다.

요즘 내 전정가위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긴 여정을 마치고 휴식 중입니다.

마치 은퇴한 후 여유로운 나처럼 말입니다.

                                                                                     - 2011. 9.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