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속의 아버지
아버지께서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을 준비하고 계시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표구사에서 서둘러 찾아온 병풍을 펼쳐 보여드렸습니다.
이제는 되었다는 듯 잠시 눈을 뜨시더니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운명하셨으니, 그게 가족들에 대한 마지막 몸짓이었던 셈입니다.
그 여덟 폭짜리 병풍은 아버지께서 입원하시기 직전까지 혼신을 다해 쓰신 글씨와
할아버지께서 남기셨던 글씨를 앞뒷면으로 붙여 만든 것입니다.
병원에 계실 때도 그 병풍을 서둘러 만들어놓아야 한다며 당부하시곤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운명을 예견하시고 마지막 유품을 준비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당시 추천작가에 이르는 등 서예에는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셨습니다.
그러나 병이 짙어질 즈음 이 글씨를 쓰시는 동안은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며칠 후면 아버지의 열아홉 번째 기일입니다.
병풍을 손질하고 있으려니, 그 속에 아버지가 계신 듯합니다.
- 2011. 10. 5 -
(↑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해에 쓰신의 글씨)
(↑ 서른에 요절하신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쓰신 글씨~이 유작은 수소문 끝에 찾았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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