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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잘못들어 원시인을 만나다.

                                          길 잘못들어 원시인을 만나다.

 

고창군 공음면 지방으로 나들이를 가는 길이었습니다.

생소한 길인지라 네비게이션에 의지하며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네비녀(네비게이션 속의 안내 여인) 재교육(네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 함)까지 시켜놓았으니, 안심 백배입니다. 

고창읍내까지는 익히 아는 길이라 일사천리로 달렸습니다. 

그러나 낯선 곳에 가면 길눈이 어두워지는 나는, 읍내를 벗어나면서부터 긴장도가 서서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를 달렸을까? 시골길에 웬 로터리가 나타났습니다. 네댓 갈래의 길이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원 모양의 길을 돌아 제 방향으로 나가는 것 같은데, 나로서는 헷갈리기 딱 좋은 곳이었습니다. 

네비녀는 내 혼돈상태를 무시하고 천연덕스럽게 열두 시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한 것 같은데, 이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길에서 어정쩡하는 병이 도진 것입니다. 잠시 버벅거리다가 일단 빠져났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나타난 것은 목적지로 향하는 도로가 아니라, 뜻밖에 따란 주차장이었습니다.

어리벙벙한 상태로 일단 주차를 했습니다. 아내도 피식피식 웃으며,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입니다.

넓은 공원같은 곳에  '고인돌박물관'이라 쓰인 것이 보였습니다. 뜻밖의 횡재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 했지 않았던가!  

공원 안으로 들어갔더니, 선사시대의 마을과 원시인의 생활을 재현시켜 놓은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원시인을 만나다니, 모두 길을 잘못 들어선 덕분입니다.

시간은 다소 지체되었지만, 기분좋은 실수 때문에 고인돌공원 일대를 둘러볼 수 있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매사는 생각하기 나름…….                                                                                 - 2011. 9.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