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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나들이보고서

문경새재길을 걷다.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문경새재길을 걷다.

 

여름 절정의 점을 찍는 말복 날, ‘샘문화’ 일행으로 문경새재 탐방 길에 나섰습니다.

지금은 행정구역상 ‘문경시’지만 과거엔 ‘문경군’이었습니다.

그 이름에서 점 하나만 떼어내면 내 이름과 같다는 이유로, 학창시절엔 내 이름을 ‘문경군’으로 부르는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놀리려고 그랬는지, 점이 안 보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리송합니다.

이런저런 연유로 문경은 나와 무슨 인연이 있는 듯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두어 시간에 걸쳐 문경새재길을 걸으며 옛 정취와 오늘의 이야기들을 만났습니다.

수많은 선비들과 민초들이 이 고갯길을 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갖가지 문물들이 그들을 따라 오가며 조선이라는 나라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어제는 천신만고 고갯길, 오늘은 여유로운 산책길. 문경새재길에는 두 길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의 계곡과 잘 닦아진 산책로는 울창한 수풀과 어울려 더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 길에 나섰던 옛 선비들의 흉내를 내며 걸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심신의 준비 부족이라는 핑계로 가벼운 산책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제1관문부터 제3관문까지는 약 7킬로미터의 거리인데, 나는 중간쯤인 제2관문 부근까지 갔다가 되돌아왔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체력의 한계가 거기까지라고 스스로 선을 그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촬영장과 생태공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려고 했지만,

기대했던 ‘광개토태왕’ 드라마 촬영은 없었으며 생기 없는 건물 세트만 즐비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되돌아오는 길에 뜻밖에 행운을 만났습니다. 촉촉한 색스폰 연주 소리에 이끌려 숲길을 올라가봤더니,

울창한 숲 속에 그 진원지가 있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의 라이브 연주를 즐기며 오미자막걸리 잔을 주고받는 가운데, 우리 일행은 잠시 서정 속에 젖어들었습니다.

소나무 숲과 색스폰 연주 그리고 막걸리의 환상적인 어울림이라는 덤을 만났으니, 오늘은 엄청 재수 좋은 날입니다.

                                                                                                     - 2011. 8.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