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희망찬 계획과 작심삼일(作心三日)이 공존하는 달입니다. 새해 초엔 누구나 크건 작건 간에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새해맞이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1월의 끄트머리쯤에 이르면 어느덧 작심삼일의 대열 속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약한 의지를 자탄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것입니다. 매년 그랬듯이 나도 소위 새해 계획이라는 것을 구상했었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젊은 시절엔 의욕을 앞세운 진취적인 계획이 많았었지만, 요즘은 보다 현실적이고 보존적인 계획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무리한 계획보다 나이에 걸맞은 맞춤형 계획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이순(耳順)이 지나고 나서였습니다.
나의 새해 계획의 요체는 건강관리에 대한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이었으며,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능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한 달을 반추해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작심삼일의 덫에 걸려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올 1월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도 눈이 많이 쌓이고 한파가 지속되는 기간이 길어, ! 동동거리 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몸은 움츠려지고 행동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작심삼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환경적 여건이 절호의 기회였는지도 모릅니다. 어찌 보면 천재지변에 해당하니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자기 합리화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변명도 따지고 보면 실패한 자의 자기 책임 회피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이유를 밖에서 먼저 찾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습니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쇼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환경 탓으로 돌리지만, 나는 환경 따위를 믿지 않는다.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일어서서 그들이 원하는 환경을 찾고, 찾을 수 없으면 그러한 환경을 스스로 만든 사람들이다.’ 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작심삼일을 환경 탓으로 돌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최근 한 전문교육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작심삼일로 끝나는 계획 중 자기계발과 규칙적인 운동이 1,2위를 차지했다는 흥미 있는 설문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신년 계획의 실행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절반 이상이 의지 부족이라고 응답했다 합니다. 이 결과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아마 적지 않을 것입니다. 나 역시 작심삼일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지 부족에 있다는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작심삼일에 대한 환경 탓은 핑계이고, 의지 부족이 본질입니다.
그러나 작심삼일에도 건질 것은 있다는 사실에 나는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내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은 불행하다.’ 는 말처럼 계획조차도 없는 사람들에 비하면 작심삼일이 한결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비록 짧은 기간 안에 포기해버린 계획이지만, 나름대로 작지만 소중한 진전이 있다는 긍정적 성과가 그것입니다. 실패한 계획에 대한 자기반성과 수정 보완을 통하여 더욱 내실 있게 다듬는 소득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작심삼일이 습관이 되면 타성과 화근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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