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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몸짓은 아련한 가을 추억을 깨운다'


'코스모스의 몸짓은 아련한 가을 추억을 깨운다'
<문경근 칼럼> ‘코스모스다움’ 에 관한 이야기
2010 년 10 월 13 일 수14:38:51 문경근주필

 

   
▲ 길가에 핀 코스모스의 몸짓이 한가롭다.
나에게 가장 가을다운 꽃은 단연 코스모스입니다.
소박하고 가녀린 모습에 애틋함이 있어 정이 가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가을의 추억이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웬만한 도로변에는 코스모스가 자리를 메운 채 행인들을 향해 정겨운 몸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줄을 선 듯 흐트러진 듯, 자유분방하면서도 조화롭게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코스모스의 색깔은 단조로우며 지나친 치장도 없지만, 서너 가지의 순수한 색깔들이 어우러져 있어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간간이 불쑥 치솟은 코스모스도 있지만, 이들은 작은 것들과 어울리며 전혀 어색하지도 교만하지도 않습니다. 
가벼운 바람결에도 그들의 몸짓은 나름대로의 방향을 향해 자유롭게 흔들리지만, 그게 아름다움이 되어 행인들의 발길을 머물게 합니다.

코스모스는 색깔도 크기도 움직임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향해 정겹게 몸을 부비며 웃음을 짓습니다. 
결코 화려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으면서도, 보여 줄 것은 다 보여주는 '코스모스다움'이 그들의 자랑이라면 자랑일 것입니다.
그 ‘코스모스다움’의 안에는 순수함과 친근함, 겸손함과 어울림이 함께 있어 가을의 풍요로움을 더해줍니다.
올 가을에도 코스모스의 춤사위는 국민학교 시절, 아련한 추억의 한 자락을 흔들어 깨워주었습니다.
그 시절, 운동회 연습을 마친 늦은 나의 하굣길은 지칠 대로 지쳐 신발마저 무거웠습니다.
그러나 한길 가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있어서 그나마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코스모스는 내 또래들의 친구이자 장난감이었습니다.
사이사이 꽃잎을 떼어내고 하늘 높이 던지면 뱅그르르 맴돌며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깔깔댔습니다.

우리들은 그걸 잠자리비행기라 이름 붙였으며, 그 때문에 길가에는 코스모스의 잔해들이 수없이 나뒹굴었습니다. 
코스모스 꽃에 앉아 한가로이 꿀을 빨고 있는 꿀벌들이 때로는 우리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꿀벌을 고무신 안에 가둬 네댓 바퀴 돌린 뒤 기절하고 나면, 꽁무니의 꿀주머니는 이내 우리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 단맛이 입 안에 감돌면 쾌재를 부렸던 것도, 알고 보면 코스모스에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
코스모스 꽃잎으로 도장을 찍듯 등짝에 무늬! 를 박아 애꿎은 동생을 울리고 말았던 그 짓궂은 친구는 지금쯤 어디서 뭘 하는지……. 허기진 허리춤을 추겨 올리며 걷던 그 시절의 코스모스 길이 잠시 오버랩 되어 스쳐갑니다. 
코스모스는 올 가을에도 정겨운 몸짓으로 나의 추억을 흔들기도 하고, 자기만의 ‘코스모스다움’을 한껏 뽐내며 가을의 가운데로 내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