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얼굴, 소록도와 우주과학관을 찾아
- 2010. 8. 21 -
☆ 과거의 그림자 ☆
여름의 끝자락에 소록도와 우주과학관 나들이길에 나섰습니다.
모양이 작은 사슴을 닮았다지만 이름과는 달리 한센인들의 삶과 애환이 서린 섬 소록도에 먼저 들렀습니다.
소록도는 녹동항과 연륙교로 이어진 후로는 육지나 다름없습니다.
해안풍경은 소록대교와 어울리며 한 폭의 소박한 그림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엔 기암괴석도 수려한 경관도 눈에 띠지 않습니다.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합니다.
소나무숲 길은 바람 한 점 지나치지 않지만,
그나마 숲과 바다를 번갈아 바라보는 재미가 있어 무더위 쯤이야 견딜 만했습니다.
1934년 '환자 위안장'으로 시작하여 그 동안 가꾸고 넓히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중앙공원'에 이르는 동안
서려 있을 한센인들의 피땀을 생각하면, 나무 한 그루 돌 하나에도 애틋함이 묻어 있는 듯합니다.
몸의 아픔보다 오해와 편견으로 가슴앓이를 했던 한센인들의 보금자리가
오늘날 관광지와 체험학습지로 일반인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 되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나의 편견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은 탓인 듯합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고 산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라지만,
그 아픔을 서로 어루만지며 작게 해주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다음은 시인 김홍래님의 '소록도'라는 시입니다.
설음도 첩첩물길 울음안고 오는 파도/그 숱한 애락(哀樂)들이 섬 자락에 부딪히니/ 노송은 그에 애한을 푸르게도 듣고 있다./
허물진 칠흑이야 서럽고 서러웠고/ 갈매기 슬피 울린 검게 탄 아픈 사연/진홍빛 텃새 설음이 긴 이야기 자욱하다./
소슬한 이승포구 그늘진 업을 업어/ 마음을 앓고 가기 그냥 못가 씻는 한을/ 물길에 보내고 싶어 사려있는 소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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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빛 ☆
소록도를 나온 나는 녹동항에 들러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을 때까지도 작은 사슴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습니다.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에 자리잡고 있는 '우주과학관' 광장에 들어서서 거대한 우주선 모형을 마주한 후에야,
오전과는 전혀 다른 미래의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나는 웅장한 우주과학관에서 우주를 만나는 동안 우주과학에 대한 경이와 희망을 보았습니다.
우주과학의 바탕이 되는 기본원리부터 시작하여 로켓, 인공위성, 우주공간 등에 대한 모형과 설명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ㅣ
우주과학관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잠시 우주를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나로호를 발사했던 우주센타에 들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이번 나들이를 통해 소록도의 그림자와 우주과학관의 빛을 거의 동시에 만났으니,
유별난 체험과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 하루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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