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은 빛나는 자산이며, 미래를 향한 힘이다.
- 고부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에 부쳐 -
우리는 변화를 말할 때 흔히‘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인용합니다.
그러나 급속한 변화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요즈음의 10년은
그 변화의 양이나 질이 가히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이러한 10년이 열 번이나 지난 고부초등학교 100년의 역사야말로
그 의미는 무엇보다 무게가 있고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이 학교에서 근무했던 한 사람으로서 개교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고부초등학교 100년의 역사는 우리나라 근세사가 엮어온
영광과 좌절의 역사 바로 그것과 다름없습니다.
고부는 옛 고부군의 중심지로서 지금도 귀중한 사적지가 남아 있으며,
근대사의 변혁을 이끌어온 동학혁명의 발상지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옛 고부군의 관아 터였던 고부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아직도 고부 역사의 숨결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지금부터 50여 년 전인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이웃 영원면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어머니를 따라 달걀꾸러미를 옆에 끼고 쫄랑거리며
고부장터를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먼 길을 마다않고 아침부터 가슴 설레며 찾아갔던 장터에는
볼거리나 먹을거리가 넘쳤으며,
성하고 넓은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로 붐볐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에는 당시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을 길이 없이 한적하기만 합니다.
그 후로 고부초등학교 개교 60주년 기념행사를 찾은 것은
내가 교직에 처음 들어섰던 해인 듯 합니다.
자전거로 밤길을 십여 리를 달려가
운동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틈에서 국악 공연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밤, 고부는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모여
축제 분위기가 넘쳤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 후 내가 고부초등학교의 교사로서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부터 4년 동안입니다. 첫날 교문에 들어서니 학교 건물과 이를 품 안에 안고 있는 뒷산이
잘 어울려 아담하면서도 정겨움이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으나,
여기가 옛 고부군의 관아가 있었던 자리였다고 생각하니,
당시의 모습이 어떠했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담장 하나 사이의 이웃에 유서 깊은 고부향교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보였습니다.
옛 학교와 오늘날의 학교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교육 기관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보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터와 이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산은 그대로지만,
번성하고 북적거렸던 과거의 학교 모습과는 판이하게 왜소해진 모습에
격세지감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의 이농 현상과 출산율 감소가 맞물려 학생수가 격감하고 있는 현상은
비단 고부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 학교의 공통적인 고민거리였으며,
지금도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진행형이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티 없이 맑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어린이들이 자라서 21세기를 살아갈 주인공들이라 생각하면
모두다 하나같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의 어려웠던 사회적 상황에서,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교사인 나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고부초등학교의 모든 교직원들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여
찾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노력했습니다.
우선 연구학교 운영이라는 과제를 중심으로
고부 교육 중흥의 디딤돌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1996년부터 연이어 3년 동안 시 지정 및 도 지정 연구학교로 지정받아
그 추진에 전력을 투구한 결과,
외형적으로나 내용면에서 학교의 면모가 크게 변모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문화재를 교육자료화하는 활동의 하나로,
지역 사적지 현장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내 고장 고부 바로알기’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도움으로 옛날과 오늘날의 생활용품,
지역 생산품 등을 수집하여 진열한 향토자료코너를 운영한 것도
향토사랑 교육의 일환이었습니다.
고부라는 지명을 우리말로 나타낸‘옛골 아이들’이라는 교지의 이름도
이 무렵에 처음 지어졌습니다.
역사의 고장‘고부’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한 뜻도 담긴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입생수가 해마다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전반적인 학생수의 감소 현상을
학교의 힘만으로 극복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
이는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픈 일입니다.
100년의 학교 역사와 더불어 많은 옛 문화유산과 동학혁명의 발상지라는 자산은
고부초등학교 어린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며,
이들은 알게 모르게 고부 어린이들에게 자부심과 향토애를 심어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옛 것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은,
앞으로도 고부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부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은, 학교는 물론 지역을 위해서도 자랑스러운 자산이며 빛나는 정신인 것입니다.
고부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그 기쁨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 2007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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