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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요즘생각

아이는 있는데 '아이 생각'은 없다.

 

 

                    아이는 있는데 '아이 생각'은 없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똑똑하고 영악함이 너무 어른스러워 깜짝 깜작 놀랄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출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그땐 출연자는 물론 주요 시청 대상이 주로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 양상이 크게 달라진 것 같습니다. 

소위 신동이라 일컫는 아이들이 출연하여 펼치는 노래, 연주, 운동 등의 장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히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거기다 출연한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진행자의 과분한 띄우기와 화려한 배경

그리고 의도된 연출이 한몫 거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빈틈없는 연출이 만들어낸 영상들이

한동안 머리 속에서 맴돕니다. 아이들의 수련 과정과 부모들의 열정도 함께…….

아이들이 어른들과 동반 출연하여 개인기를 비롯하여 게임이나 이야기 등을 펼쳐는 프로그램에서도

성인 춤 따라하기와 어른스런 대화는 기본이었습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의 아이들이라 그런지 천진함이 간간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각본에 없을 법한 발언으로 좌중을 웃기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그게 아이들 본래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돌출 발언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러나 어른들의 약점을 드러내며 면박을 주는 모습에서는,

아무리 보아도 아이들의 보통 생각하고는 딴판인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동반 출연하여 재미있는 일상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보고 있는 내 자신이 무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나쁜 버릇을 마구 쏟아내고 다른 출연자들은 박장대소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없거니와,

그런 말이 나온다 해도 말려야 할 어른들이 함께 웃으며 오히려 부추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 속에는 '아이는 있는데, 아이 생각은 없는'어정쩡한 양상입니다.

  방청객이나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마냥 박수만을 칠 수 는 없는 것 같습니다.

출연하는 아이들이 우월감의 옷을 입고 있는 동안, 자칫 상실감의 그늘에 놓일지도 모를 사람들의 모습도 언뜻 스쳐갑니다. 

아이들을 통해 얻은 어른들의 대리만족이 아이다운 아이를 외면하지나 않을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시골 학교 아이들과 전학 온 도시 아이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어울리는 이들의 모습과 꾸밈없는 이야기들이 이 순간 더 소중하게 다가섭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는 아이다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저마다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무한한 가능성은 아이들만의 특권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이를 기르는 교육은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잠재력이 제대로의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아이다운 기본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아이다움을 도와주는 일은 어른의 몫으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담당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릇된 조기 교육으로 잠재력이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좌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바로 기본의 건너뛰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육에서 기초 기본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인가를 내다보며, 서두름보다 기본을 탄탄히 해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숨을 고르며 기본을 챙겨야 할 때입니다.


                                                                                                                ≡ 2009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