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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요즘생각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봅시다.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봅시다.


청소년의 달이자 가정의 달, 5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따뜻하고 정겨워집니다.

그 이유는 아마 가족에 대한 사랑과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의 기념일이 연이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무렵이면 사람들은 하루하루 바쁜 삶 중에도 사랑과 은혜로 연결된 가족과

이웃들을 챙겨보며 잠시나마 따뜻한 마음을 나누곤 합니다.

  그러나 5월에 줄지어 있는 기념행사들의 참뜻이 그 동안 조금은 변질되어 온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들 기념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제정 당시 의미를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각종 국가기념일에 관한 규정'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기념일 제정의 의의나 목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했으며,

어버이날은 조상과 어버이에 대한 은혜를 헤아리고 어른과 노인에 대한 존경과 보호를 다짐하는 날입입니다.

그리고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며 추모하는 뜻으로 제정한 날이며,

성년의 날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 의식을 부여하고자 하는 날입니다.

  제정 당시나 지금이나 이들 기념일의 변함없는 공통된 주제는‘사랑과 감사’이며,

오늘날에는 그 주제가 더 절실하고 소중하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따뜻하고 풍성한 사랑과 감사의 정으로 가득했던

5월의 이면에는, 또 다른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방과 후의 한산하기 짝이 없는 학교 운동장이나 어린이 놀이터를 보면서 허전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많은 학생들은 학교가 파하기가 무섭게 떠밀리듯 사교육의 장을  찾아가 또 다른 일정을 소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린이로서는 담아내기 힘겨운 과부하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어린이날을 전후하여 어른들이 제공하는 각종 일시적인 이벤트는 그 후의 공허함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학대받는 아동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학대와 방치하는 사람들의 80%가 친부모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한 부부가 함께 거주하는 가정보다 이혼 별거 가출 등으로

결손 된 가정에서 주로 학대가 발생한다는 현실이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그런가 하면 가정의 불안이나 부모의 불화가 그대로 가족들에게 전이되어 등교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는 교실에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해 관심과 열정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사교육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심리적 경제적으로 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보도는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생계를 위해 분주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가 만들어 준 스케줄에 따라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부모는 늘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해라.'하며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이렇듯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만 여겨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움직여 주기를 요구하는 경향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어린이날 제정 당시의 '어른에게 주는 글' 중에 '

어린이들을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보아 주십시오.'라는 선각자들의 당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비록 부모의 도움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어린이를 어른의 부속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뜻입니다.

이러한 권고를 되새겨보면서 가정교육에 대한 생각과 방식을 한번쯤 되짚어보는 것도

가정의 달을 보내는 부모로서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부모 헌장'에 의하면, 좋은 부모는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며,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믿음은 긍정적인 자아와 자신감 있는 성격을 형성해준다고 합니다.

또한 공부를 잘 하든 못하든, 칭찬을 받든 꾸중을 받든 우리의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의심치 않게 해주어야  합니다.


  어린이들은 장차 성인이 되면 더 큰 사회에서 이질적인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미리 학교에서 더불어 사는 법도 함께 배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학교는 작은 사회이며, 이 작은 사회에서 아이들은 여러 가지 상황과 사람들을 겪으며,

자기의 생활 방식에 대한 검증을 통해 자신을 강화하고 양보하고 수정하며 성장하는 곳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교육의 중심인 학교의 최대 강점 중의 하나이며, 학교가 흔들려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린이에 관한 한 부모나 교사는 같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바라는 꿈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부모는 내 아이에게 모든 정력을 쏟고, 학교의 교사는 학급의 학생수만큼 자신의 에너지를 나누어 줍니다.

  이렇듯 부모와 학교가 어린이를 보는 눈의 차이 때문에 때로는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이는 학교의 역할에 대한 부모의 이해와 학교 자신의 변화와 혁신으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인 것입니다.


어린이는 언제나 어디서나 소중한 존재요 미래를 향한 희망의 약속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교육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보아야 하는 다짐을 해봄직 합니다.

그러면 자녀를 위한 가정의 역할이나 학생을 위한 학교의 책무가 무엇인지

저절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2006년 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