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며 자신감을 키우는 아이들
교문에 들어서니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아이들의 북소리가 신명나게 들려왔습니다.
난타부 아이들은 때로는 선생님들보다 먼저 등교하여, 북을 두드리며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무엇보다 큰 소득은 차곡차곡 쌓아가는 아이들의 '자신감'입니다.
요즘은 가끔 난타실을 들여다보는 것이 내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행여 방해가 될까봐 창밖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아이들의 연습하는 모습을 기웃거렸습니다.
아이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난타실을 신바람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소리가 잠시 멈추더니 리더 격인 6학년 아이가 작은 북을 연주하는 4학년 아이에게 다가가서
무어라 이야기하며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틀린 곳이 있어 자기처럼 해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듯 했습니다.
아이들의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에서 정겨움이 묻어났습니다.
다시 연습은 이어지고, 한동안 아이들의 북소리로 난타실이 크게 진동했습니다.
마지막 순서에서 아이들은 일제히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함성을 지르더니, 멋들어지게 마무리를 합니다.
그런데 끝날 즈음에 난타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지도하고 있어야 할 강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사의 지휘로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연주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강사가 몸이 아파서 출근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아이들끼리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연습하는 걸 보니,
이제 아이들은 난타의 맛과 멋을 제법 알고 있나 봅니다. 참으로 대견스러웠습니다.
거의 날마다 어깨를 늘어뜨린 채 부스스한 모습으로 교문에 들어서던 준이도 보였습니다.
오늘도 아침밥을 거른 듯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아버지가 준이를 돌보고 있다지만, 이른 아침에 일터로 나가다보면 때맞춰 아침밥을 먹이는 일조차
여의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먹는 것의 모자람보다 사랑의 결핍이 그를 움츠리게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난타부에는 준이 외에도 가정 결손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여러 명 있습니다.
그러나 등굣길의 발걸음이 가볍지 않던 아이들도난타실에만 들어서면 신바람이 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난타부가 아닌 1,2학년 학생들도 난타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북을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 또한 보기가 좋습니다.
난타가 이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갖게 하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작년에 이 학교에 부임해서 처음으로 난타실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난타부 아이들은 신임 교장을 위해 작은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그날부터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손놀림과 힘찬 북소리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농촌 아이들의 순박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도 맛보았습니다.
이들은 결코 많은 어린이들 중에서 선발된 게 아니라, 이들이 4,5,6학년 학생 모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이마에 땅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했습니다.
나는 열두 명의 아이들의 머리를 낱낱이 쓰다듬어 주고난 뒤,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난타는 여러분이 최고입니다.
난타가 여러분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꿈을 키워줄 것입니다."
올 한 해 동안 난타부 아이들은 여러 차례의 '시민과 함께하는 난타 공연'을 통해 큰 즐거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안쓰러울 정도로 혼신을 다해 연주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무리 부분에서는 힘찬 함성과 함께 함박웃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큰 무대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이들이 얻은 것은 다름 아닌 '자신감‘이었습니다.
난타를 통해서 얻은 자신감과 희망은, 먼 훗날 언젠가는 이들에게 커다란 자산이 되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200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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