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찔한 질주◐
≡2006년 여름≡
지난 일요일, 우리 부부가 둘째와 셋째가 살고 있는 익산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멀지는 않지만 직장 때문에 떨어져 사는 것이 안쓰러워 자주 오고가는 편입니다.
최근에 익산에서 김제까지의 새로 난 도로는 반듯하고 넓어 운전자에겐 과속 운전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합니다.
우리는 안쪽 차선을 타고 단속카메라가 없는 구간마다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렸습니다.
휘발유의 잔량이 얼마 되지 않아 한시바삐 주유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운전을 재촉하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차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쌩쌩 달렸습니다.
그 때 멀찌감치 소형 트럭 한 대가 속도를 높여 달려오는 것 같더니, 내 차 뒤에 가까이 이르자 경적을 울려댔습니다.
뒤에 오는 차가 라이트를 번쩍이거나 경적을 울리면 순간 놀라고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입니다.
길을 비켜달라는 신호로 생각한 나는 오히려 오기가 발동하여 더욱 가속 페달을 밟았더니,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나들었습니다.
그럴수록 트럭은 더 가까이 다가서며 경적을 더 세차게 울려대다 못해 차선을 바꾸더니 내 차 옆으로 바짝 붙였습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트럭 운전자는 창문을 열고 황급하게 소리를 치고 있었고,
그 모습이 꽤 다급해 보였는지라 아내는 서둘러 문을 내렸습니다.
“거기 타이어 펑크 났어요!”
하며 외치는 소리가 내 귀까지 확연히 들렸습니다.
나는 순간 바퀴에 바람이 좀 빠졌나 보다 생각하며 비상등 단추를 서둘러 눌렀습니다.
트럭 운전자는 자기 차의 속도를 늦추어 주며, 내 차가 우측 갓길에 안전하게 정차하도록 배려하고 나서야 가던 길을 달렸습니다.
나는 황망 중에도 고맙다는 손짓을 보냈지만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차하고 살펴보니 우측 뒤 타이어가 거의 주저앉았으며 손을 대보니 뜨끈뜨끈했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어떤 상황이 벌여졌을지는 불문가지입니다.
절로 한숨이 터져 나오며, 그때서야 아찔함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달리다가 펑크 난 타이어가 분산되어 대형 사고로 이어진 사례를 텔레비전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차에 오르게 전에 차 주위를 살피야 한다는 기본을 무시해버린 나의 경망스러움. 겨우 1분여의 여유를 갖지 못한 나의 조급증.
승차 전에 기본을 잘 챙겼으면 타이어 상태를 미리 발견하여 조치를 취했을 텐데…….
뜨거운 햇볕이 작열하는 도로변에서 타이어를 갈아 끼느라 30여 분을 땀으로 범벅된 것은,
나의 부주의에 대한 대가로는 너무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트럭 운전사님, 감사합니다.’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아내를 쳐다보았습니다. 아이들도 떠올랐습니다.
보험 서비스로 뒤처리는 잘 되어 무사히 집에 도착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쭈뼛거립니다.
오늘 아침 텔레비전 방송 뉴스를 보니, 친구 가족의 조문을 다녀오던 40년 지기 친구 다섯 명이 교통사고로 모두 사망했다고 합니다. 뒤 타이어 펑크가 원인이 되어 차량이 전복되었다 하니, 타이어 펑크까지는 나의 경우와 흡사한 것 같습니다.
차창 밖으로 손을 내젓던 그 트럭 운전사의 다급한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겹쳐 다시 떠올랐습니다.
고맙습니다. 성도 이름도 모르는 트럭 운전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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