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무다 !'
산책길에 작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발길을 붙잡습니다.
기와지붕 한 모퉁이에 걸터앉은 듯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잡았네요.
아무리 봐도 제 자리가 아닌 듯합니다.
좋은 땅을 선택받지 못했으니, 시작부터 불운입니다.
어쩌다 그곳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
그 동안 어떻게 용케도 생존해왔는지?
온갖 풍우에도 여린 몸을 부지한 게 참 대견스럽습니다.
가벼웠던 씨앗 한 개가 숲 속의 기름진 땅을 비켜서
하필이면 척박한 자리에 내려앉았던 그날,
무정한 바람을 원망했을 법도 합니다.
한 줌의 토양으로 지금껏 생명을 부지해오는 동안 얼마나 힘에 겨웠을까?
그런 가운데도 나무의 형색을 고루 갖추고
의연하게 서 있는 모습이 큰 나무 못지않게 당당해 보입니다.
‘나도 나무다 !’며, 말하듯이……
그러나 더 이상 몸집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애가 결코 길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 2012 . 9.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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