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의 고향', 정읍신풍초등학교 터를 찾다.
시제 장보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 ‘교직의 고향’인 정읍신풍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폐교한 지 12년이 흐른 지금 그 자리에는 노인들의 요양 시설인 복지원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1968년부터 3년 동안 이 학교에서 교직의 첫걸음을 익혔으며,
그 후로도 1973년에 1년, 1991년부터 5년, 모두 9년을 근무했었습니다.
이렇듯 각별한 인연으로 내 교직 생활의 기억 창고에 가장 많은 이야기들 채워준 학교입니다.
학교의 터를 마주하는 순간, 가슴이 설레는 것도 다 그런 연유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교직 첫해를 기준으로 44년, 마지막 근무한지 17년 만에 정문에 들어서니 각종 시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단서를 찾으러 부지런히 돌아보았습니다.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대부분 노인 요양 건물과 시설들이 새로 세워졌으나,
군데군데 남아 있는 그 시절 학교의 자취가 정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건물은 새롭게 지었거나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그 배치는 예전이나 비슷했습니다.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판매용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황톳빛 운동장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리던 아이들은,
지금 쯤 저 소나무보다 더 튼실하게 성장하여 경향 각지에 서 있을 것입니다.
다만 오르내리던 계단, 풀들이 자라던 언덕 등은 그 시절과 별반 다름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6961신풍아그들이 5학년 때 공부하던 교실은 노인들의 쉼터로 꾸며놓고,
Happy House(해피 하우스)라는 표찰을 걸어놓았습니다.
6학년 때의 교실 자리는 1990년대 초반에 급식실로 쓰이다가 지금은 복지원 시설로 바뀌었습니다.
그 옆을 지나려니 당시 아이들의 모습이 잠시 스쳐가던 차에 주춤했습니다.
종일 공부하고도 모자라 등불을 밝히고 야간 과외수업까지 받던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아이들이 손수 풀을 뽑고 물을 주던 교실 입구의 텃밭은 자그마한 부속건물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이제 학생들의 소리는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노인들이 여생을 보내고 있는 조용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내일을 바라보던 아이들의 '꿈터'가 50 여년 세월이 흐른 후,
지난 날을 돌아보는 노인들의 '쉼터'가 된 셈입니다.
복지원 원장님의 친절한 안내로 내부를 둘러보고 현황 설명도 들었습니다.
원장님은 몇 가지 남지 않은 학교의 흔적이 없어져 기억 속에서조차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가능하면 이 자리에 당시의 물건들을 정리해두고,
동문이나 그 가족들이 찾아와 추억 체험을 할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을 꾸미는 것이 꿈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뜻밖에도 오늘 특별한 뜻을 가진 분을 만나게 되어 나의 추억 더듬기는 제법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학교가 있었다는 증표로 다음과 같은 작은 교적비 하나 쯤 있으면 어떨까?
‘이곳은 1960년 4월 1일 개교하여, 0000 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뒤,
2000년 2월 29일 폐교된 정읍신풍초등학교가 있었던 자리입니다.’ 라고......
- 2012. 4. 8 -
(↑ 1969년 당시 6학년 교실이 있었던 자리~총각선생의 나름 정열을 불사르던 그곳.... 그 오른쪽엔 아마 관사가 있었지.......)
(↑ 교실 앞의 자그마한 화단, 그 통로에서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 지금도 서랍 속에...)
(↑ 소나무가 꽉 들어찬 운동장, 지금은 당시의 흔적이 아무 것도 없네요.)
(↑ 남쪽 교문이 있던 자리는 황량하기조차, 멀리 보이는 두승산은 옛 그대로....)
(↑ 남문 쪽에서 바라본 운동장과 본관, 아련히 아이들의 함성이....)
(↑ 첫 발령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교무실로 향해 내려오던 계단 ,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 숙직실이었던 곳, 저 오른쪽 빨간 지붕 건물이 당시 6학년 교실이었죠.)
(↑ 복지원 복도, 깔끔하게 꾸며 놓으셨네요. 학교 느낌이 살짝~)
( 복지원 내부 정결하게 정리정돈, 노인분들 참 편안하실듯....)
( ↑ 1968년 5학년 1반 교실 자리, 그때 첫 수업 엄청 떨렸는데....)
(↑ 40여년 전, 교무실, 5학년 교실과 복도 자리였지요. 그때는 개방복도로 지붕과 외벽 없이 바닥만 휑하니~ )
(북쪽 교문에서 바라본 진입로와 학교, 언덕 아래 교실이....)
(↑ 교문에서 풍촌, 풍양 방면으로 향하던 통학로, 그땐 좁다란 흙길이었지요. )
(↑ 교문에서 연지동과 개건너로 향하던 통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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