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의 화려한 여름잔치는 아직도 진행 중
여름의 내리막길인데도 단풍나무들 사이로 유독 빨간 꽃들이 달려 있는 나무가 보입니다.
온통 녹색으로 뒤덮힌 나무들 사이에 있으니, 더욱 돋보이고 예쁩니다. 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입니다.
다른 나무의 꽃들은 대부분 한참 전에 피었다가 사라진 뒤입니다.
어떤 꽃은 사람들 눈에 띠기도 전에 예쁜 시절을 보내버린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배롱나무는 꽃이 동시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날에 걸쳐 번갈아 피고 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합니다. 그래서 따로 붙은 이름도 백일홍이구요.
알고 보니, 배롱나무 꽃은 아래쪽부터 꽃을 피우며,
맨 아래 꽃이 피어날 때도 위쪽의 꽃은 아직 맹아리도 맺지 않고 있다 합니다.
아래쪽이 먼저 꽃을 피우고,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연이어 꽃을 피우는 거지요.
맨 나중 위쪽에 꽃이 필 때쯤이면 아래쪽은 이미 꽃이 져서 꽃씨를 맺고 있답니다.
사람들에게 백여 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예쁜 꽃을 보여주기 위한 나름대로의 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일본에서는 배롱나무가 너무 매끄러워 원숭이조차도 미끄러지는 나무라 해서 ‘사루스베리(猿滑)’라고 부른다 합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꽃이 붉다 못해 연보라색을 띠고 있다 해서 ‘자미화(紫微花)’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린다 하니,
배롱나무는 이래저래 이야깃거리가 많은 나무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줄기를 간질이면 가지가 흔들어진다 하여 간지럼 나무라고 했으니, 나는 이 별명이 가장 정감이 갑니다.
어렸을 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나는, 성묘 길에 주변에 있던 배롱나무를 건드려보곤 했습니다.
벌거벗은 나무의 표면을 간질이면 위에 있는 잔가지들이 바르르 떨었습니다.
나무가 간지럼을 탈 리가 있을까마는, 그땐 그랬습니다.
- 2011. 8.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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