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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요즘생각

이웃다운 이웃

 

                                  이웃다운 이웃

 

이웃! 듣기만 해도 따뜻하고 정겨운 말입니다.

가까이 사는 집 또는 그런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사람 사는 정이 담긴 단어가 바로 ‘이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기에 ‘정겨운’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면 그 의미는 배가되는 것이 이웃입니다.

어렸을 때 나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에 걸맞은 이웃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웃집 사이의 울타리 위로 사람 사는 정이 넘나드는 것을 수없이 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작은 것에도 따뜻한 마음을 얹어 주고받으면 그게 큰 것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진정한 이웃은 이해관계를 이모저모 따져보는 그런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이웃이라는 말만으로도 힘이 되고 믿음이 되었습니다.

이웃은 서로 숟가락 수까지도 알고 있다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이웃 사이에는 애초부터 인정과 예의라는 큰 덕목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경사스러운 일이나 궂은일이 있으면 이웃끼리 나누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웃끼리는 아랫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윗사람이 꾸짖기도 하였으며, 아랫사람들은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다 준 세태의 변화는, 우리의 따뜻한 정서였던 이웃의 의미도 크게 변질시켜 놓았습니다.

이웃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웃의 모습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웃 사이의 사람 사는 정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물질만능주의와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이 끼어들어 높고 두터운 장벽을 만든 셈입니다.

정보화 시대가 도래 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새로운 패턴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웃의 범위도 넓어지고 이웃을 맺는 통로도 다양해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도 인정을 나누는 이웃끼리의 따뜻함이 없다면, 이해타산으로 얽힌 이웃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중국의 역사서인 남사에 나오는 고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집을 산 것을 보고, 이웃에 사는 여승진이 그 이유를 묻자, 송계아는 대답했습니다.

“백만매택 천만매린(百萬買宅 千萬買隣)이라.”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불했고,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이 되기 위한 값으로 지불했다며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가슴 속에 움츠리고 있는 진정한 이웃, 이웃다운 이웃을 되찾을 때입니다. 인정으로 맺어진 다정한 이웃을…….

                                                                                        - 2011. 7.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