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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나들이보고서

일본 큐슈 여행 보고서

 

일본 큐슈 여행 보고서

 

나는 이 보고서에 일본 여행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지나는 길에 얻은 이런저런 생각들을 담아두려 합니다. 

짧은 기간에 경험한 일본과 일본 사람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 하는 것은 다소 외람됨이 있으나,

때로는 깊이 들여다본 것보다 첫 인상이 더 진솔하게 마음에 와 닿을 수도 있거든요.   

 

(첫째날/2011.1.11)

우리 내외를 포함한 여덟 부부가 일행이 되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이른 아침 5시 40분에 출발한 전세버스는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9시 10분경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인천공항은 듣던 대로 그 규모나 시스템이 대단해 보였으며, 

국적이 다른 여객기들이 3~4분 간격으로 연이어 이륙하는 것만 보아도 세계적 공항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거창한 위용도 기상 여건에는 어쩔 수 없는 듯,

날개에 쌓인 눈을 치우는 20여분 동안, 나는 여객기 안의 비좁은 의자에서 신문을 뒤적이며 부대꼈습니다.

 

1시간20여 분만에 일본의 후꾸오까 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곧바로 낯선 이국의 관광 길에 나섰습니다.

첫번째 향한 곳은 천만궁이라는 신사였으나, 그리 특별한 감흥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내 눈이 꽂힌 것은 신사의 모습이 아니라, 도로를 오가는 차들과 일본식 매화떡을 파는 가게 앞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거리를 달리는 차들은 대부분이 소형차였으며, 중형차가 간간이 목격되는 정도였습니다.

도로변 주차는 눈을 씻고 볼래야 보이지 않았으며, 단 한번의 경적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추위 속에서도 매화떡 가게 앞에 줄지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기다림을 즐기듯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이렇듯 생소한 모습들이 나에게는 잔잔한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일본의 저력은 이런 작은 것들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도로의 소형차들이 여유있게 달립니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 우측통행~)

 

(이 지방의 명물인 매화떡 가게 앞엔 사람들이 줄줄이~)

 

(둘째날/2011.1.12)

구마모토성으로 향하는 길의 후꾸오까 거리에서 만난 무채색 건물들과 단조로운 간판들이 오히려 특별하게 보였습니다.

전차와 자동차가 혼재한 거리는 서둘거나 막힘없이 물 흐르듯 오갔습니다. 

겉치레를 거부하는 듯한 그들의 실용적인 생활습관과 여유로움이 그대로 배어 있었습니다.

다음 코스는 가장 기대되는 아소산의 화산이었습니다.

화산의 활동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하니, 아소산은 기대와 호기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아소산의 광활한 분지는, 그 면적이 380㎢로 동서 18㎞, 남북 24㎞, 둘레 128㎞라 합니다.

아소산의 폭발은 3천만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으며, 현재도 용암과 가스를 분출하고 있다 합니다.

그러나 날씨가 좋아야 그 장관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하니, 기상과 천운에 맡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구불구불 잘 닦여진 길과 환히 트인 전망이 기대를 부풀게 했으나,

정상에 가까워오면서 갑자기 몰아치는 눈보라와 매케한 냄새가 불안감을 갖게 했습니다.

멀리 입산통제의 신호가 보이더니, 기우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일행은 통제소의 지시에 따라 차를 타고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로프웨이에 몸을 실었습니다.

4~5분 후에 밟은 정상은 때마침 휘몰아치는 눈보라로 걷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신기한 풍광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러댔습니다.

눈보라와 추위 때문에 3천만 년 전 대폭발의 장관을 연상할 겨를조차 없습니다. 

서둘러 하산하여 구중산으로 향하는 도로는 빙판이 많아 나를 실은 차는 몇 차례 미끈덩거렸습니다.

그때마다 일행은 긴장하며 가이드에게 '슬로우~'를 연발했습니다.

 

(자연, 역사, 문화의 고장인 구마모토에 자리잡은 '구마모토성'을 등지고)

 

(아소산의 눈보라 속에서 어렵게 몸을 지탱하고.....)

 

(아소산 정상을 돌아보는 관광객들...이 중엔 우리 일행도~)

 

(화산 폭발로 만들어졌다는 드넓은 분지~이날은 온통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구중산 출렁다리 위에서..무섭나 보네요.)

(셋째날/2011.1.13)

이날 여행의 진수는 예정에 없던 시골마을의 닌도오까소학교를 찾은 일이었습니다. 

자기가 사는 마을이며 이 학교 출신이라는 전세버스 기사의 적극적인 권유에 의해 이루어진 방문이었습니다. 

이 학교의 교장은 우리들에게 학교현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손님이 온다고 수선을 떤 흔적이 없는 게 오히려 많은 것을 느끼게 했으며, 

겉치레를 거부하며 실속을 추구하는 학교와 교육의 모습 역시 많은 시사를 주었습니다. 

한겨울인데도 반바지 차림의 학생들과 이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은, 

어릴 때부터 기본을 철저하게 익히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일행은 그 동안 몸담았던 고국의 교육 현장을 떠올리며, 뜻 밖의 체험을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았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학교를 나온 일행은 자연과 온천이 잘 조화된 조용한 시골의 온천마을에 들렀습니다. ,

두어 차례 체험 탓으로 이제 노천온천이 지겨운지 대충 몸만 적시고 나왔습니다. 

 

3박 동안 호텔은 번갈아가며 투숙했으며, 비교적 깔끔한 가운데 조용하고 친절했습니다.

호텔 정원의 야경 중에 두루미 형상이 눈에 띠었는데, 알고보니 연유가 있었던가 봅니다.

두루미가 몸을 담그고 상처를 치유하는 광경으로 보고, 이 부근의 온천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그럴 듯 했습니다.

휘황찬란한 밤 거리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어둠침침하다는 말이 알맞을 정도였습니다. 

가로등은 듬성듬성 켜져 있었으며, 밤거리는 오가는 사람도 뜸했습니다. 

필요하지 않는 등은 켜지 않으며, 밤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가정에서 보낸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내 눈에는 유별나게 보인 모습들이  절약과 실용이 몸에 밴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소학교 학생들이 한국 방문객에게 한 포즈 잡아줍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현관 밖까지 나와서 깍듯이 배웅~)

 

(호텔 주변의 야경~이곳 온천을 발견하게 해준 두루미가 주인공이랍니다.)

 

 (산중 온천마을로 유명한 한 흑천온천의 입구)

 

 (온천마을의 약도를 보며...친절한 가이드의 싸인도 기념으로 받아두고...)  

 

 

(마지막 날/2011.1.14)

일본 여정의 마지막 날, 뱃부 지옥온천 지역에서 잠시 족욕을 체험한 뒤, 아사이맥주공장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는 여유롭고 아늑하여 속도의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쭉 뻗은 고속도로라는 선입견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맥주공장의 각종 전시물은 알기쉽게 진열되었으며, 일행은 안내원의 설명은 듣는둥마는둥 스쳐갔습니다. 

주객이 대부분이었던 일행의 관심이 온통 맥주 시음에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장에서 1인당 석 잔을 제공하기로 되어 있는데,  몇 회원들은 이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습니다.

일본 여행의 대미를 맥주 시음으로 장식할 요량인 듯, 권장량을 초과하는 것은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쫑파티 하는 기분으로~

시음을 도와주는 직원들도 우리 일행의 분위기를 이해하였는지, 추가분을 선뜻 내주었습니다.

나로서는 견문의 양에 비해 느낌이 더 많았던 일본여행이었습니다.  

 

(뱃부의 지옥온천에서 족욕 체험~앗! 태극기가..... 반가워요.)

 

(마지막 코스~아사이 맥주공장 견학 기념으로, 달밤지기도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