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행불(行不) 사건
휴대폰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지난 이른봄 휴대폰을 분실하고 하루 내내 필름이 끊긴 듯 지낸 일이 생각납니다.
그것도 퇴임 바로 다음날이었으니, 경망스럽다는 탓을 듣기에 딱 좋은 시점이었습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니, 정신줄까지 느슨해지는 모양이라고…….
느즈막하게 눈을 뜨자마자 평소처럼 머리맡을 더듬거려보았더니, 손에 잡혀야 할 휴대폰이 없었습니다.
일이 꼬이려 한 것인가. 어젯밤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만진 장소와 시점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전화를 걸어봤더니 전원이 꺼져있다는 멘트가 나왔습니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있을만한 곳은 다 찾아 봤으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어젯밤에 모임에 다녀왔으니, 차 안에 떨어흘렸을지도 모릅니다.
자주 그랬으니까……. 머리를 쳐박고 차 안을 훑어보았으나, 흔적조차 없었습니다.
한가닥 마지막 기대를 걸고 어젯밤 들렀던 식당을 찾아가 보았지만 역시 허사였습니다.
어딘가에 떨어뜨려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분실이 현실화 되는 불안감이 서서이 밀려왔습니다.분실을 확신하고 나니, 분신이 떨어져나간 듯 허전함으로 몸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늘 함께 하던 물건도 없어져봐야 소중함을 느낀다 하지 않았던가?
오전 내내 소통이 단절된 듯 불안감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건 하나 사라짐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내 모양새는,
그 동안 문명의 이기한테 얼마나 부림을 당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오후 들어서 불안의 그늘을 박차고 나온 나는 해결을 위한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가까운 대리점을 찾아가 일시정지를 시키고 났더니,
습득자가 악용할 우려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다시 고립무원에 빠진 듯 불안감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혹시나 하는 기대를 담은 마지막 시도로 안방의 문갑 밑으로 구두주걱을 깊숙히 집어넣어 흝었습니다.
그 순간 묵직한 촉감이 느껴지더니 그놈의 휴대폰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내 고약한 잠버릇이 그놈을 밀어넣은 것이었습니다.
기쁨과 황당함이 교차했지만, 아내가 놀려댈 게 뻔하니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나의 건망증, 경솔함, 소심함 등
몸쓸 것들을 송두리째 드러낸 부끄러운 해프닝이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문제의 휴대폰을 폐기처분하고 대신새 휴대폰을 장만하게 되었으니,
기뻐해야 할지 자중해야 할지 한동안 헷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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