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즘 이야기★/***사는이야기

돌 틈에서도 생긋 !

돌 틈에서도 생긋 !

'아주 작은 팬지'의 이야기... '시작은 미미했으나, 지금은 웃을 수 있어요.'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 들렀다가 현관 앞의 돌 틈에서 피어난 '아주 작은 팬지' 를 만났습니다.

다른 팬지가 한살이를 마칠 즈음에야,  늦은 꽃을 피운 채 수줍은 듯 생긋 웃음 짓는 모습에 발걸음이 절로 멈춰집니다.

어쩌다가 꽃밭이나 화분이 아닌 계단의 구석진 돌 틈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뿌리를 내릴 흙조차 변변치 못하고, 성장을 도와줄 어느 것 하나 충족되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이렇듯 예쁜 꽃을 피웠다니 그 경이스러움에 가슴이 뜁니다.  

그 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외롭게 자라온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보통 팬지에 비해서는 안쓰러울 정도로 작아 보이지만 야무지고 옹골찬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은 생명체에서 내뿜는 여린 듯 강한 힘이 가슴에 닿는 순간 나는 금세 숙연해집니다. 

조심스럽게 한 발짝 더 다가서 들여다보니, 부끄러운 듯 손을 내미는 보랏빛에 눈이 부십니다.

바람결에 묻어온 연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지나갑니다.

그 여리고 작은 생명은 내 앞에서 꽃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는 것입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꽃잎이 나풀거리며 렌즈에 닿을 듯 다가섭니다. 

때맞춰 팬지꽃을 닮은 한 떼의 아이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며 지나갑니다.

'아주 작은 팬지'는 불행 중 다행으로 이웃에 있던 화분 덕을 적잖이 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화분 위로 물뿌리개가 지나갈 때마다 몇 방울씩 얻어 마신 게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힘이 되었을 테니까요.

'아주 작은 팬지'는 힘들여 피운 이 꽃을 통하여 그 동안 싹을 틔우고 자라온 고난의 과정을 모두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나는 작은 팬지에게 마음으로 묻고, 작은 팬지는 꽃잎을 흔들며 화답했습니다.

"넌 어쩌다가 돌틈에 자리잡았니?"

"바람결에 날려왔나 봐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에요. 이렇게 꽃까지 피웠으니..."

나는 또 물었습니다.

"거름기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잎이 자라고 꽃을 피울 수 있었지?"

그는 비시시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도 첨엔 이처예쁜 꽃을 피울 줄 미처 몰랐는데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아무도 나한테 심술을 부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맑은 웃음을 뿌리며 내 옆을 지나갔거든요."

 

'아주 작은 팬지'는 아이들 덕분에 이렇듯 어엿한 꽃을 피웠고, 아이들은 이 팬지를 닮아 다들 예쁘게 자라고 있나 봅니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끄떡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돌 틈의 '아주 작은 팬지'는,

크고 화려한 것에만 눈이 멈추는 사람들에게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지금은 웃을 수 있어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