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의 지론, '갓난아기도 말귀를 알아듣는다.'
“갓난아기도 말귀를 다 알아듣느니라. 좋은 말만 해야 한다.”
어머니께서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말씀하시는 한결같은 지론입니다.
아기에게 '예쁘다고 말하면 예뻐지고, 잘 될 거라 말하면 잘 된다'는
보충 설명까지 듣고 있노라면, 그 설득력은 배가됩니다.
단순하고 명료한 한마디지만, 어느 샌가 나도 어머니의 지론을 믿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 주장의 배경이 되는 손녀 기르기의 체험적 사례까지 곁들이면, 흔들림 없는 확신으로 자리 잡습니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에 아들 내외의 맞벌이 때문에 어머니께서 손녀를 맡아 기르기 위해 데리러 가신 날,
아기를 가운데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백일도 채 되지 못한 갓난아기를 떼어놓으려니, 마음이 짠하다는 말을 주고받을 때였습니다.
옆에 누워 있던 갓난아기가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기가 엄마 품에서 떨어지는 걸 알아들었나 보구나."
어머니는 손녀를 품이 꼬옥 안아 다독거리셨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가족들은 한동안 눈물바람을 했습니다.
이 경험을 들려주실 때면, '아기에게 좋은 말만 하기' 에 대한 어머니의 지론은 거의 신앙에 가까워 보입니다.
며칠 전에도 어머니는 막 태어난 증손녀를 보시더니, 첫 마디가 '참 예쁘고 영리하게 생겼구나.'였습니다.
그 말 때문인지 아기의 얼굴엔 금세 기분 좋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연로하신 어머니의 칭찬은 갓난아기도 웃게 하나 봅니다.
'요즘은 잠을 잘 안 자요. 자꾸 울기만 해요.'라며,
엄마가 아기 앞에서 행여 짜증이라도 부리면 어김없이 어머니의 질책을 받기도 합니다.
나는 최근 1년 동안에 연이어 손자녀 셋을 본 행운 덕분에
칭찬하는 말이나 긍정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일에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그로 인해 아기가 웃는 모습을 보이며, 기분 좋은 반응을 나타내기라도 하면 신바람이 나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니의 지론인 '요람의 칭찬'이 나에게 전이되었나 봅니다.
어머니의 경험에 따른 지론은 어떠한 과학적인 근거보다 나를 확신하게 합니다.
성현들의 심오한 명언보다 때로는 어머니의 짧은 한마디가 더 위력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람(搖籃)의 칭찬과 격려가 갓난아기에게 심정적 자양분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기에,
나는 요즘 손자녀에 대한 긍정적 제스처에 인색하지 않으려 목하 노력 중입니다.
- 2010. 6.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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