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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나들이보고서

초등생도 거뜬한 내장산 '원적골 자연관찰길'

                 초등생도 거뜬한 내장산 '원적골 자연관찰길'

 

♣ 내장산이 지척에

 내장산과 내장사가 집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행운 중의 하나입니다. 

찾을 때마다 내장산은 계절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이 합니다.

요즘은 동호인들과 함께 매주 한 차례씩 내장산 산책에 나서는 일이 고정된 일상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동호인들의 나이를 고려하여 가장 손쉬운 '원적길 자연관찰로' 가 우리들의 단골 코스입니다.

 

♣ 내장산 탐방 일곱 가지 코스

 내장산국립공원에는 일곱 길의 탐방 코스가 있습니다.

그중 서래봉 코스는 5.65킬로미터로 4시간 정도 걸리며, 탐방객이 많이 찾는 코스 중의 하나입니다.

전망대 코스는 1.63킬로미터로, 케이블카를 이용하기 때문에 노약자나 어린이가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볍게 걸으면서 주변의 자연경관을 감상하면서 

생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코스는 역시 원적골 자연관찰로입니다. 

총길이 3.56Km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며, 초등학생도 거뜬히 걸을 수 있는 코스입니다.

  

 

 

 

 ♣ '원적길 자연관찰로' 산책 스케치

 내장산 나들이에 나선 우리 일행은 일주문을 통과하여 원적암과 백련암을 거쳐 내려오는 길을 택했습니다. 

내장사로 향하는 길은 완전한 녹색으로 치장한 108그루의 단풍나무가 건강한 향기를 내뿜으며 우리를 맞았습니다.

가을철에는 화려한 단풍터널을 이루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바로 그 길입니다.

 일행은 내장사 입구에서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적신 후, 연못이서 노니는 비단잉어와 눈을 맞추며 땀을 식혔습니다.

사찰은 그동안  싫증이 나도록 드나들었던지라, 오늘은 그냥 지나치기로 했습니다.  

본격적인 산책길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들은 마치 저녁같은 숲 속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보송보송한 흙길도 걷고, 때로는 덜컹거리는 돌도 밟으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구불구불 완만한 길은 숨을 헐떡거리지 않고도 걸을 수 있어 부담이 없습니다. 

동행인끼리 나누는 이야깃거리가 숲과 계곡으로 번져갑니다. 심호흡을 하면 짙푸른 녹음이 보약이 되어 코끝에 와닿습니다. 

 

원적암에 이르니, 허름한 건물과 주변의 정적으로 고즈넉한 기운이 감돕니다.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은 사람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스니~임' 하며 나지막하게 불러봤지만, 도무지 인기척이라고는 없습니다.

출타하신 건지, 침묵으로 대답하시는 건지, 중생의 좁은 생각으로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암자를 나오려니 조금 전에 본 하얀 고무신 한 켤레가 자꾸 눈에 밟히며 애틋함을 자아냅니다.  

 원적암을 지나면 천연기념물인 울창한 비자나무숲이 600여 년의 연륜을 자랑하며 펼쳐져 있습니다.

하늘을 가린 비자나무들이 강직한 어르신처럼 떡 버티고 서 있어 위압적입니다. 

여기부터는 완만하게 내려오는 길이라 한결 여유로웠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좁다란 오솔길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이름 모를 새들이 아는 척 소리를 내며, 우리 일행에게 간간이 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고내장이라 불리는 벽련암 마당에 들어서니, 암자 뒤로는 서래봉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오고,

앞으로는 내장산 봉우리들이 손에 닿을 듯 펼쳐져 있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불공을 드리고 있는 스님의 모습을 대하니, 잠시 눈이 머물며 숙연해집니다.

  벽련함을 벗어나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작고 허름한 쉼터가 있는데 한가로운 주인장이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우리 일행은 탁주일배에 도토리묵 한 접시를 곁들이면서, 

모두 풍류객이라도 된듯 흥에 겨워 하며 멋진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발만 내디디면 저절로 앞으로 나아가지니, 그야말로 앉아서 떡 먹기입니다. 

출발할 때의 일주문 갈림길에 당도하니, '복 중의 복은 인연복'이라는 글귀가 우리를 맞으며, 

만남을 소중히 여기라 가르쳐 주는 듯 떡 버티고 서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두어 시간 동안의  '원적암 자연탐방로' 를 산책하며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많이 담아 왔습니다.  

                                                                                                                 - 2010. 7.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