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제자들과의 만남
40년 전의 제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때 난 새내기 선생이었고, 그들은 농촌의 순박한 아이들이었습니다.
42년 교직 생활의 첫 제자이고 보니, 내 인생의 만남 중에 가장 유별난 인연입니다.
정성스럽게 마련한 꽃바구니와 선물을 안고, 그들을 마주하는 순간 코끝이 찡해 옵니다.
이젠 각자의 자리에서 한 가락씩 하며 지내고 있으니, 선생으로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제자들도 제법 세월이 묻은 모습들입니다.
처음 얼굴을 대할 땐 부동 자세에 긴장한 빛이 역력하더니, 시간이 지나며 정겨운 모습들로 변해갑니다.
한동안 지난 일들을 더듬다보니, 어렸을 때의 모습들이 겹쳐 지나갑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과거 속을 여행하며 정겨운 웃음꽃을 피웁니다.
시간이 흐를수를 어린 시절의 모습은 물론 성품까지도 조금씩 묻어나옵니다.
이 자리에 없는 제자들의 근황을 듣고 있으려니, 그들도 많이 보고싶습니다.
오가는 이야기는 끝이 안 보입니다. 그만큼 오랜 세월이 흐른 거지요.
자리를 옮겨 요즘 모임의 필수 코스인 노래방에 들렀습니다.
예전엔 내 풍금 반주를 따라 얌전히 앉아서 불렀는데, 오늘은 전자오르겐 반주에 맞춰 춤추며 목청껏 부릅니다.
매사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당연한 순서입니다.
자주 만나자고 약속하는 걸 보니,이번의 헤어짐은 그리 길지는 않을 듯합니다.
오늘은 마음이 한결 따뜻하고 가볍습니다.
처음 맺은 인연의 주인공들을 기쁜 마음으로 만난 오늘이 아마 최고의 행복한 순간 중의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전주에서, 익산에서, 정읍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황호창, 강옥주, 서영선, 유영양, 서만승, 황호영, 김정분, 최정임, 권주영 !
얘들아! 모두 반갑고 즐거웠다. 그리고 의젓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나 주어서 고맙다.
- 2010년 5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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