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할머니 됐어요.
40여년 전의 제자가 우연히 내 블로그를 보고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저 신풍국민학교 제자 정님인데요."
순간 40여 년 전의 그 아이 모습이 어제 일처럼 머리 속에 선연하게 떠올랐습니다.
어느 일이든지 '처음'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듯이,
나의 교단 첫해의 제자들과의 만남은 내 뇌리 속에 아직도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 아이들과 헤어진 후 20여 년이 지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첫 제자들의 이름을 출석번호 순서대로 술술 외울 정도였습니다.
2년 동안을 연이어 담임을 했던 것도 있겠지만, 처음이라는 인연으로 맺어진 애틋한 정이 더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중 한 아이가 정님이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도 곧 할머니가 될 것이라 했습니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오늘 예쁜 손녀를 얻어 진짜 할머니가 되었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기쁨에 넘친 모습이 전화 목소리를 타고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내 둘째 딸도 작년 가을에 첫 아이를 얻었습니다.
셋째딸은 돌아오는 봄에 첫 아이를, 큰딸도 초여름에 들째 아이를 낳게 됩니다.
새 생명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일에 비교될 수 없을만큼 축복이고 기쁨입니다.
내가 가르쳤던 철부지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여 자식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들이 자라 결혼을 하고, 부모님에게 귀여운 손녀를 안겨준 것입니다.
그런 중에 기쁨을 얻고 행복도 함께 쌓여가는 것이 사람사는 순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할머니가 된 제자에게 내 가족의 일처럼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습니다.
더불어 내 교단생활을 반추하며 흘러간 세월이 결코 짧지 않았음을 실감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 자신은 물론 이웃과 가정과 사회를 위해 무한한 에너지와 진화의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낮아지는 출산율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갖은 방책을 내놓지만,
보육과 교육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정작 당사자들은 요지부동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이 세상에 나온 귀한 아기에게 환영의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머지않아 태어날 내 두 손자에게도…….
- 2010년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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