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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추억/*********후반기

교단 마지막 날에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교단 마지막 날에


  그 동안 선생을 천직으로 알고, 교육을 나의 일로 여기며 지내왔습니다.

단 하루의 모자람도 없이 정확히 42년을 채우고 교단을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내 교직생활의 완주를 지켜봐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

  나는 이 한 마디의 짧은 인사말을 위해서 한눈팔지 않고 이 길을 걸어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인사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영예이고 자부심입니다.

  장장 42년의 교직 마라톤을 하는 동안 보람도 많았지만,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갈등도 없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만한 사람인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면서, 그들이 자라서 서 있을 모습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지금의 나의 일이 먼 훗날 그들을 바로 서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마음을 다잡고 다시 교단에 올라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교육은 새로운 것을 요구받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래서 교직은 가르치면서 배우는 일을 조금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젊은 시절 한동안은 안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열정만으로 학교 드나들었습니다.

결과에 대한 성급함으로 기다려주는 데 인색했습니다.

당시엔 그게 통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알게 모르게 나의 타성이 되기도 했습니다.

  교육의 속을 들여다보는 눈이 생기면서부터는 가르치는 일이 갈수록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죄를 짓지 않고 제대로 가르치려면 무엇을 더 해야 하는 가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 나의 교직생활에는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쌓여갔습니다.

또한 나의 노력으로 조금씩 달라져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의 힘에서 비롯됩니다. 교육은 그 사람을 기르는 일입니다.

  그 교육의 중심은 바로 학교입니다. 그래서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

  사람 기르는 교육을 실천해온   선생으로서의 나의 길이, 나의 일이   자부심이고 기쁨입니다.

  그러나 교직의 마지막 날까지도 나의 '선생 노릇'은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마 그 동안 아이들을 위해 베풀지 못 한 것, 펼치지 못 한 것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람과 아쉬움을 거듭하면서 드나들었던 학교

  각자의 위치에서 반듯하게 서 있는 제자들

   - 나의 보람입니다.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터전인 학교

  그 안에서 꿈을 키우며 행복을 가꾸는 아이들

   - 나의 기대입니다.


≡ 2010년 2월 ≡ 

 

 (영산초교에서의 교직 마지막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