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덤
덤의 사전적 의미는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본디의 물건이나 일에 딸린 '있으면 좋고 없어도 무방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때로는 덤이 더욱 귀하고 크게 보이는 경우가 있으니,그건 아마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 때문인 듯합니다.
중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회생한 사람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후부터는 덤으로 얻은 인생이니, 고마운 마음으로 베풀며 살겠노라고…….
당연한 말입니다.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삶을 다시 얻었으니, 인생 최고의 덤이라 할만 합니다.
그러나 작고 하찮아 보이지만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는 덤들이 온돌방처럼 온기를 감돌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어릴 때 추수철이면 땅거미가 내린 후에야 볏단을 나르는 지게질이 끝나곤 했습니다.
들일을 마친 일꾼들이 저린 허리를 펴며 받던 저녁 밥상이 떠오릅니다.
밥 그릇을 수북히 채운 것도 모자라, 얹고 또 얹어주었던 고봉밥의 덤.
그 인정 넘치는 덤으로 하루의 피로를 녹이던 촌부의 얼굴.
정량보다 넘치도록 담아 이웃집 울타리 넘어로 건네던 김치 그릇에 엊힌 덤.
그 그릇에 또다른 덤을 호복하게 담아 되돌려주던 아낙의 손
한여름 밤 수박을 사러 갔던 길에 얻은 참외 두 개의 덤.
양손에 그 덤을 들고 너무 기뻐 방방 뛰었던 밤길.
이렇듯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그 안에 담긴 인심 때문에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 마음이 따뜻하게 해주던 게 덤이었습니다.
요즘도 인정 많은 사람들 사이에는 덤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따라 인심이 예전같지 않듯, 덤도 변질되어가는 것이 세태인 듯합니다.
마트에 가면 '하나 더'나 '1+1'이라는 이름으로 본체에 작은 물건 하나가 매달려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덤이라면 덤인데, 인심이라기보다 상술에 가까워 보이는 게 씁쓸하기조차 합니다.
그 하나 더 때문에 본체의 양이나 질이 달라지기도 하고 과소비를 부축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저 고마워서 얹어주는 덤, 주어서 흐뭇하고 받아서 기분 좋은 덤.
그 안에 담긴 인정 때문에 더 크게 보이는 그런 덤이 새삼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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