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함으로 무엇을 얻는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진입을 대기하고 있던 차 두 대가 연달아 빵빵거렸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차를 빼느라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기다리다 못한 차들이 성급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뒷좌석에 아이를 태운 아주머니는 아직 운전이 익숙하지 못한 듯
당황한 빛이 역력했습니다.
차 밖에서 손짓을 하며 후진을 돕고 있던 어르신이
화가 치밀었던지 운전자들을 나무랐습니다.
“운전이 서툴러서 그러는데, 좀 기다려주면 안 되나?”
어르신의 꾸지람에 겸연쩍은 듯 그제야 경적을 멈추었습니다.
아주머니는 그 후에도 몇 차례 들락날락하더니 겨우 차를 돌려 빠져나갔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아마 자신의 운전 미숙을 탓하면서도
잠시를 배려해주지 못한 운전자를 원망했을 것입니다.
기다려주는 시간이야 고작 2,3분일 터인데, 그 동안을 어찌 참아주지 못하였을까?
이런 상황 속에서 재촉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스트레스가 쌓였음은 물론입니다.
성급함의 자리에 작은 배려를 놓았더라면
서로의 마음에 스트레스는 만들지 않았을 터인데....
나도 운전을 하다보면 뒤따르는 차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초보운전을 갓 벗어났던 어느 날, 시내 길을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뒤따르던 차가 속력을 놓는 듯하더니 내 차의 꽁무니에 바짝 붙여왔습니다.
연이어 경적을 울리고 라이트를 번쩍이며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옆 차선에도 차가 달리고 있고 아직 운전이 익숙하지 못한 터라
수월하게 비켜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 차는 깜박이도 켜지 않은 채 틈새를 뚫고 빠져나가면서,
또 한번 화난 경적을 크게 울렸습니다.
깜짝 놀란 나는 순간 멈칫하며 머리털이 주뼛함을 느꼈습니다.
잠시 후에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 만날 것을 그리도 서둘렀던 모양입니다.
놀라고 분한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그 운전자가 조급함으로 싸여 있는 동안 받았을 스트레스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랬더니 그 사람에 대한 원망보다 오히려 안쓰러움이 더 했습니다.
차에도 표정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으며,
그 표정은 운전자의 모습이나 마음을 따라 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
운전자의 심리적 상태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주변 차량의 거친 운전 때문에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얼굴이 찌푸려지며 불만스런 말이 절로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지나쳐버린 그 차의 꽁무니에 대고 퍼부은들
그 운전자가 나의 심중을 제대로 헤아려 줄 리가 없습니다.
불만에 쌓인 나의 심리 상태가 지속될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스스로 만든 스트레스를 확대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분통은 끌면 끌수록 후련한 것은 고사하고
잃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운전 중에 다른 차 때문에 마음 상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소극적이고 수비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리하고 무례하게 끼어드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쌓았을 상대방에 대한 연민으로,
나의 상한 기분을 가능하면 빨리 떨어내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문명의 이기는 유용이라는 빛과
폐해라는 그늘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차는 편리함과 더불어 교통사고의 가능성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함께 싣고 달린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고에 대한 방어 운전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운전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고 나면 하찮은 일인데도 아량이나 배려는 뒷전에 밀어놓은 채,
면박과 충돌을 앞세우는 모습을 주변에서 목격하게 될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간의 갑작스런 의견 충돌로 인해 마음을 상하거나
심지어 우정에까지 금이 감으로써, 오랜 동안 한랭전선을 드리워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얹혀놓은 무게로 인해 불편해 합니다.
그 원인이 자신의 성급함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알고,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가 안팎에서 협공하는 요즈음,
이를 자가생산(自家生産)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것이 어떨는지요.
때로는 일단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는 지혜와
성급함을 유연함으로 녹여주는 여유가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 200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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