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길’을 걷다
* 일시 : 2016년 7월 9일(토)
* 답사지 : 아산 천년숲길, 봉곡사, 신정호, 온천수족욕체험장
* 동행 : 샘골문화유적답사회(정읍교육삼락회원 다수 참여)
충남 아산의 봉곡사로 향하는 천년숲길로 접어들었다. 소나무 숲 속에서 천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이 아스라하게 꿈틀거리는 것 같다. 우람한 소나무들이 허리를 휜 채 버티고 있다. 폭염 속에도 의연하다. 시나브로 스쳐가는 바람결 따라 솔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며 몸 안으로 파고든다. 올려다보니 짙푸른 녹음의 틈새로 하늘이 광복 천 조각처럼 희끗희끗 보인다. 소나무들은 우람하지 않지만 살아온 세월은 엇비슷해 보인다. 세상 만물이 그러하듯 생김생김은 서로 다르다. 특히 휘어진 모양새가 가지각색이다.
소나무 아래쪽에 눈이 머문다. 유난히 큰 흔적들이 눈에 거슬린다. 자연스럽게 패인 자취와는 확연히 다르다. 안내판을 찬찬히 읽어보니, 일제강점기 말에 왜인들이 송진을 채취하려고 낸 자국이란다. 송진을 뽑아 연료로 쓰려고 나무를 가르다니 분노가 치민다. 단말마의 몸부림이 말없는 소나무에게까지 칼질을 한 것이다. 소나무마다 그 자국이 선명하다. 하마터면 명줄마저 끊을 뻔 했다. 그들이 패망하여 물러간 뒤 상처를 매워준 덕분에 소생하게 되었다.
유난히 허리가 힘겹게 휘고 등짝이 처연한 소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우리 민족의 굴곡진 고난을 떠올리게 한다. 이젠 이 숲길을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지 싶으면서도 소나무들의 상흔을 볼 때마다 짠한 마음이 인다. 천년 숲길은 오늘의 길손에겐 치유의 길이면서도, 이직 가시지 않은 상처를 드러내는 길이다.
(↓ 여기부터는 아산 천년의 숲길'입니다.)
(↓ 여기부터는 '신정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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