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즘 이야기★/*나들이보고서

논산지역 문화답사 스케치

               논산지역 문화답사 스케치

 


 ▷  일시 : 2016년 5월 19일(목)

 ▷  답사지 : 논산 지역 견훤왕릉, 쌍계사, 개태사, 돈암서원, 계백장군유적지, 관촉사 

 ▷  동행 : 정읍시문화답사회


  ‘논산’ 하면 떠오르는 게 ‘훈련소’이다. 그러나 이날의 답사 경로에 훈련소는 아예 없었다. 일행이 둘러본 곳은 백제와 후백제 그리고 고려의 사적들로, 논산 지역에 있는 조상의 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맨 처음 들른〔견훤왕릉〕은 다른 왕릉에 비해 위용을 느낄 수 없었다. 한때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천하를 호령했지만, 부자간의 다툼으로 그의 큰 꿈이 무산되고 피폐한 말년을 보냈다 한다. 치국평천(治國平天)을 하기 전에 수신제가(修身齊家)에 실패한 것이리라. 초라한 왕릉은 역사의 패배자를 보여주듯 뒷맛이 씁쓸하다.

〔쌍계사〕옆으로 흐르는 두 개의 계곡은 중생이 묻혀온 세속의 번뇌를 씻어주려는 듯 쉼 없이 흐르고 있다. 대웅전의 꽃살문이 깊고 은은한 고색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꽃을 비롯해 모란, 국화, 난초, 작약, 무궁화의 꽃 모양을 하나하나 문살에 앉힌 장인의 손길이 경이롭다. 섬세한 손끝을 통해 불심을 피워내는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며, 고난 또한 컸을까. 죽어서도 그의 솜씨와 숨결이 꽃살문으로 남아있으니 살아있음이나 다름없으리라.

   나지막한 산 중턱에 앉아있는 관음보살상의 온화한 미소가 마음을 편하게 했다. 비가와도 얼굴만은 젖지 않는다니 신비롭다. 자세히 보니 다른 부위는 세월의 흔적이 보이나 안면의 하얗고 깨끗하다. 얼굴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겠지 싶어 나도 부러 빈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본다. 뜰 한켠의 삽살개(?)가 외롭게 앉아서 눈만 끔벅인다. 짖지도 꼬리를 흔들지도 않는다. 들은풍월이 있어 해탈한 듯 무심의 경지 이른 걸까.

〔개태사〕에 들어서니 큼직한 철확(鐵鑊)이 눈길을 끈다. 지금은 한쪽이 깨지고 녹이 다닥다닥 슬었지만 지름 3m, 높이 1m, 둘레 9.4m에 이른다니 놀랍다. 이 철확은 절에서 쓰던 큰 솥으로 개태사 전성기에 장(醬)을 끓이는 그릇으로 사용하였다 한다. 3천 명이 먹을 수 있는 된장국을 끓일 수 있는 크기라 하니 당시 이 절의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솥을 만드는 과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음식을 끓이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입이 벌어진다. 솥은 어떻게 걸었을까. 뚜껑은 어떻게 덮고 열었을까.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때는 모습과 그릇을 들고 기다리는 절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서원을 찾을 때면 학문의 분위기에 젖어들어 발걸음조차 조심스러워진다.

 〔돈암서원〕은 조선시대 김장생, 김집, 송준길, 송시열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며 지방 유생들이 학문을 닦았던 서원이다. 작은 고을에도 이렇듯 번듯한 서원이 세워졌던 걸 보면 우리 조상들이 학문을 얼마나 중히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실용적인 공부에 집착하는 모습과 비교해보면서, 우리가 진실로 추구해야 할 학문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계백장군유적지와 군사박물관에서 장군의 자취를 더듬었다. 계백장군이 지휘하는 백제군이 신라군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 황산벌도 인근에 있다. 기념관과 공원에는, 5천 군사와 함께 최후의 항전을 벌인 장군의 충절이 서려있다. 공원의 쉼터에서는 한 무리의 군인아저씨들이 쉬고 있다. 아마 오전 훈련을 마치고 한낮의 더위를 피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모습 위에, 아득한 옛날 황산벌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군사들의 모습이 오버 랩 된다.      

  나에게〔관촉사〕는 ‘은지미륵’이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미륵불상이라고 배웠던 지식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높이 18미터면 내 키의 열 배도 넘는다. 귀의 길이만 해도 3미터에 이른단다. 이 석불상을 만들어 세우는데 무려 37년이 걸렸다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세워진지도 천 년이 넘었다 하니 그게 적은 세월인가.

  어디에선가 읽은 어느 석공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이 부처님을 조각하여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 돌 속에 감추어져 있는 부처님의 모습을 드러내 보인 것에 불과하다.’  이 미륵불을 만든 사람도 거대한 바위에서 미륵을 드러내는 심정으로 작업한 아닐까. 은진미륵을 우러러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참으로 미흡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2016.5.19.}

(↓ 여기는 '견훤왕릉'입니다.)






(↓ 여기는 '쌍계사'입니다.)

(↓ 여기는 '개태사'입니다.)

(↓ 여기는 '돈암서원'입니다.)

(↓ 여기는 '계백장군유적지'입니다)






(↓ 여기는 '관촉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