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복장이 친구들의 장사도 나들이
통영 장사도해상공원 나들이길입니다. 인마전마는 기본이고 간간이 터져 나오는 육두문자까지도 즐거운 메뉴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동기동창이자 60년도 넘은 우정을 쌓은 깨북장이 친구들의 모임 자리. 누구 하나 머뭇거리는 사람 없이 일상과 체면을 벗어버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기분, 거칠 것 없는 분위기를 누가 말리겠는가.
영원초등학교를 졸업한지 65년. 참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고희 안팎의 우리에게는 너나없이 고달픈 삶의 추억들이 얹혀있습니다. 힘겨운 고개를 수없이 넘어온 사람들입니다. 6.25 한국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부모의 피눈물로 용케도 살아남은 그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겠지요.
집안 일 거들기나 병 등으로 결석을 예사로 삼으며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졸업하자마자 4.19와 5,16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맞으며 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월남전 참전, 중동지역 취업 등으로 청년시절을 보낸 친구들도 있습니다. 오늘날 선진국의 문턱에 이르고 이만큼의 삶을 누리게 된 것도, 우리 세대의 고통과 눈물의 걸과물이라는 사실을 잊지는 않았겠지요. 우리 동창생들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우리만의 이런저런 역사 때문에, 이날의 나들이 길은 자연 속에서 추억을 반추하는 재미가 참으로 옹골졌습니다.
장사도해상공원은 바다와 섬이 잘 어울리는 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선착장에서 유람선으로 1시간을 달려 장사도의 품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구불구불 산책길에는 갖가지 나무와 꽃들이 동반자가 되어주었습니다. 고개를 들면 바다 풍경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며 상큼한 바람이 온몸을 매만지고 지나갔습니다. 장사도 분교 터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려니, 학창 시절의 우리 학교 모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1시간 정도의 장사도 산책을 허락한 유람선이, 되돌아 갈 시각이 되었다며 칭얼댑니다.
2015년 4월 15일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나들이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장사도 풍광이 어우러진 멋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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