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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나들이보고서

북경여행 3박 4일(2)

 

                       북경여행 3박 4일 (2)

                                (2014.8.21-8.24)

 

(셋째 날-2014.8.23-어하원, 천안문, 자금성, 인력거투어, 서커스 )

 

 ▣…청나라의 여걸 서태후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이화원에 들어섰다. 이화원은 황제와 황후의 휴식처로 자금성에서 가장 큰 황실정원이다. 건축물은 정교하고 아름다웠으며 괴석, 소나무, 측백나무, 대나무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복도가 거기 있었다. 복도의 벽면마다 서로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어 복도 겸 화랑이라 해도 좋은 것 같았다.

복도의 길이가 728미터에 이른다니, 서태후는 이 긴 복도를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호수를 바라보며 복도를 여유롭게 걷고 있으려니, 여걸 서태후의 화려한 삶이 궁금해졌다. 난간에 걸터앉기도 하며 쉬엄쉬엄 걸었다. 겨우 반쯤밖에 걷지 못했는데 되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북경 시내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천안문광장은 40만㎡에 이르는 광활한 넓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1989년에 찬안문 사태라 일컫는 민주화 시위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붐벼 자칫하면 일행을 놓칠까봐 정신을 바짝 차렸다.

광장을 중심으로 찬안문, 인민대회당, 모택동기념탑 등이 있었다. 찬안문의 한가운데에는 모택동의 큼지막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천안문과 모택동은 중국의 상징적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면 즉각 잡혀간다는 가이드의 말에 몸조심하며 사진 몇 컷을 찍어두었다.

 

 ▣…만리장성 이후의 최대의 역사(役事)로 불리는 자금성은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궁궐이다. 동서로 760m, 남북으로 960m, 넓이 72만㎡에, 높이가11m, 사방4km의 담과 800채의 건물, 9,999개의 방이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천제(天帝)는 1만개의 방에서 산다고 하여 황제는 한 개가 모자란 9,999개의 방을 만들어 살았다고 한다. 어쨌든 그 엄청난 규모부터 입을 벌어지게 했다. 거창한 크기로 따지자면 자금성이 으뜸이지만, 경복궁의 건축미와 어울림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자금성은 청나라 왕조의 궁궐로 1406년부터 총 15년간 백만 명의 인원이 동원되었단다. 그러다 보니 건축과정에서도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자금성에는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황제의 안위를 염려하여 자객이 숨을 만한 곳을 두지 않았다지만, 더운 날씨에 몸을 식힐 그늘이 없어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오늘날은 해마다 800만 명 정도의 관광객들이 자금성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조상의 궁궐이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려, 오늘날 중국의 돈벌이가 된 셈이다. 자금성의 일부만 구경했는데도 약 세 시간이 걸렸다. 이번 북경 여행에서 가장 힘든 경로였다.

 

 ▣…자금성을 벗어난 나는, 인력거투어에 나서기 전에 북경의 전통가옥에 들렀다. 좁은 대문을 들어서니 사방이 막힌 ㅁ자 모양의 기옥이 나타났다. 가운데에 좁은 정원이 있었지만 바람이 드나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퀴퀴한 냄새를 맡으며 잠시 앉아 있다가 곧바로 인력거투어에 나섰다.

사실 인력거투어는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이것도 여행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나는 아내와 함께 인력거에 올랐다. 뒷골목을 누비며 달리는 데 털털거리는 것은 둘째 치고 과속과 추월을 일삼았다. 차량 사이를 교묘히 뚫고 달리는 데 위험천만이었다.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운전자라지만 나는 좌불안석이었다. 주변의 모습을 보며 여유로운 투어를 기대했지만, 끝나는 시간만 기다리는 꼴이 되었다. 투어를 마친 일행 중 한 사람은 마치 총알택시를 탄 기분이었단다.

 ▣…손꼽아 기다리던 ‘금면왕조’ 관람 시간이 되었다. 금면왕조는 중국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극화한 것이다. 북경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인 환락곡(해피베리 테마파크)은 그 규모가 엄청났다. 중국 내 최정상급 연출가와 스텝, 연기자 등 200여 명이 펼치는 신화 속의 사랑 이야기다. 음악, 기예, 뮤지컬, 영상이 만들어낸 종합극이라고나 할까. 재미있게 꾸민 서커스로 알고 들어갔지만 색다른 감흥을 주었다.

무대를 좌우상하로 움직이며 변화를 주는 게 눈길을 끌었다. 마치 땅과 하늘과 물속에서 펼치는 신비로운 공연 같았다. 한국어 자막이 나와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이 공연만을 위한 전용극장이고 하루 한 차례만 공연한단다.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지라 하루 한 차례 공연은 당연했다.

웅장하고 환상적인 무대장치에서 펼쳐지는 훌륭한 공연에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홍수가 나는 장면에서는 계곡으로 변한 무대에 실제로 엄청난 물이 쏟아졌다. 듣자하니 500톤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란다. 객석까지 물방울과 시원한 기운이 와 닿았다.

 

 (넷째 날-2014.8.24- 다산자거리)

 

 ▣…과거에 공장지대였는데 지금은 예술촌으로 변신한 곳이다. 빈 공장 건물 안을 예술로 채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마치 산책하듯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전시는 물론 작품을 직접 만들어 팔기도 했다. 겉으로는 허름한 건물이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군데군데 카페나 레스토랑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도 가난한 예술인들의 애환이 느껴졌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시간에 쫓겨 볼거리를 제대로 못 본 것이 많았다. 북경에서 마지막 식사인 전통한식으로 뱃속을 채우며 아쉬움을 달랬다. 오랜만에 맛보는 된장국이 일품이었다. 고국과 우리 음식이 그립다.

 

 (여운~)

 

 ▣…북경 여행 3박 4일 동안 시내의 빌딩들을 원 없이 보았다. 회색 건물을 물리도록 만났다. 간판은 빨강, 노랑, 자주 등 원색 일색이라 눈이 피로할 정도였다. 도로는 곧고 넓게 뚫려있었다. 넒은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빼곡했다. 자동차는 1년에 약 백만 대씩 늘어난다 하니 놀라운 증가 속도다. 중국의 급속한 발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승용차, 택시, 버스, 전차, 인력거, 오토바이, 자전거 등 바퀴 달린 것은 모두 거리로 나온 듯했다. 신호등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차량들이 뒤엉킨 혼잡한 거리에는 사고가 잦을 성싶었다. 날씨가 더운 탓도 있지만 웃통을 벗어부치고 걸어 다니는 사람이 간간이 눈에 띈다. 희한한 풍경이다.

중국하면 짝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번 여행에서도 짝퉁을 만났다. 접이부채가 다섯 개에 만원이라며 유혹했다. 못 본 채 했지만 끈질기게 따라왔다. 만원에 여섯 개를 준단다. 버스가 떠나려 하니 열개를 내민다. 한 개에 천원 꼴이다. 안사고 그냥 돌아선 덕분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다. 명품 고급 시계가 만원에 두 개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쇼핑점에 들른 날은 이영애와 김수현을 들먹이며 물건을 권했다. 이 정도는 한류바람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3박 4일 중국여행은 아내의 회갑 기념이라는 이름으로 나섰지만, 아내를 위한 배려엔 소홀한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 (2014.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