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 지역 문화답사
2014년 9월 18일 경기도 군포지역으로 문화답사를 다녀왔다. 그 동안 143차 문화답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해설사의 안내를 받을 수가 없었다. 군포시는 아직 문화 해설사를 두고 있지 않단다. 해설사가 제시하는 경로와 안내에 익숙한 답사팀은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맨 먼저 경기도 문형문화재 김문익이 운영하는 ‘방짜유기장’에 들렀다. 침침하고 어지럽혀진 유기장 안에서는 금속성 망치소리가 요란했다. 구석에는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 놋쇠와 깎을 때 나온 잔해들이 쌓여있었다. 매장에는 완제품인 유기그릇이 반질반질 윤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놋쇠를 불에 달구고 수없이 두드리는 과정을 거친 것들이었다. 놋그록 하나 개가 나올 때까지 이렇듯 땀과 정성을 깃들여 있다는 사실을 이날 유기장에서 직접 목격했다.
외롭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열악한 작업 현장이 안타까웠다. 시중에 나도는 유기는 대부분 기계로 찍듯 만들어내는 것이라니 방짜유기의 가치가 새롭게 다가섰다. 근래에는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놋그릇이 건강에 좋다하여 찾는 이가 늘어간다 했다.
점심 식사 뒤엔 경기도 기념물 제 115호인 정난종의 사당에 들렀다. 동래정씨 정난종은 조선 선조 때 이시애의 난을 평정했으며 판서를 지냈다고 한다. 돈화문 등 여러 곳에 그의 필적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가 글씨에도 뛰어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난종의 후손 중에 정승을 13명이나 배출했다니 뼈대 있는 집안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하여 사당 뒤편의 묘역을 둘러보지 못했지만 역장(逆葬 : 자손의 묘를 조상의 윗자리에 씀)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집안이 크게 번창했으니 이곳이 100대 명당이라 불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근 마을에 있는 동내정씨 고택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고택의 마당엔 이런저런 화초들이 피어 있었다. 건물을 둘러보던 중에도 마당 가운데에 피어있는 꽃들에 눈길이 갔다. 나는 이들의 유혹에 사진 찍기로 화답했다. 이날 문화답사에서 꽃구경이라는 덤은 괜찮은 편이었다. 토방에서 몸을 말리고 있는 꽈리를 한 가지 들고 왔다. 꽈리 꼬투리의 화려한 색깔에 반하기도 했지만, 어릴 때 입에 넣고 불었던 때깔이 생각나서였다.
답사 팀 일행은 돌아오는 길에 예정에 없던 천안 각원사에 들렀다. 버스로 3시간을 달려왔는데 달랑 두 군데만 보고 돌아가는 게 아쉬웠던 것이다. 각원사는 한 마디로 엄청나게 넓고 큰 사찰이었다. 전통 사찰의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이곳에서 곧 가요콘서트가 열린다는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못지않은 규모의 현대식 화장실은 이 사찰을 찾는 이가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해우소와는 딴판이었다.
아시아에서 최대의 크기라는 청동좌불상은 웅장했지만, 자비로운 미소는 다정하고 포근했다. 15m 높이에 둘레가 36m, 청동의 무게가 60톤에 100억 원을 들였다니 그 규모가 놀라울 뿐이었다. 그곳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삶은 한낱 꿈이란다. 밤에 꿈을 꾸면서 그게 꿈이라는 사실을 모르듯, 삶이 꿈이라는 것을 모르고 산다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의 긴 꿈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2014.9.18.)
(↓ 여기부터는 '방짜유기장'입니다.)
(↓ 여기부터는 '정난종 사당 및 동래정씨 고택입니다.)
(↓ 여기부터는 천안 '각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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