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지역 문화답사
▣ 때 : 2014년 3월 8일(토)
▣ 장소 : 월출산, 금곡사, 가우도, 마량포구
▣ 단체명 : 샘골문화유적답사회
샘문화(샘골문화유적답사회)로서는 2014년도 첫 번째 답사 날이다. 이날의 컨셉은 ‘봄맞이 남녘 힐링 답사’로, 마치 새 학기 첫날 시업식에 나서는 기분이었다. 엊그제 경칩 날에 맞춰 땅 위로 머리를 내밀던 개구리는 꽃샘추위에 놀라 다시 몸을 감추었다. 답사 날도 바람 끝이 차가워 겨울도 봄도 아닌 그런 날씨였다. 40명이 참가했으니, 시작치고는 성황을 이룬 셈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앞으로도 이 정도 성원이 되면 괜찮을 성싶다. 사수삼우(四秀三優)라 할까. 사십 명대면 참 좋고, 삼십 명대면 아쉽지만 괜찮을 듯…….
▣ 월출산
샘님들(샘문화 회원들)은 정읍을 출발한 지 두 시간 만에 국립공원 월출산 기슭에 도착했다. 이날 일정상 이후 답사할 곳이 많아 천황봉까지 오를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금릉경포대삼거리까지만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다가 되돌아왔다. 샘님들은 삼삼오 걸으며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에 산(山) 기운을 마음껏 불어넣었다. 경포대 계곡물은 시원하다기보다 어설펐다. 한여름 호시절을 기다리며 워밍업 중이리라. 등산로 주변의 숲은 아직도 겨울잠에서 덜 깬 것 같았다. 낙엽을 쓸어 모으는 아저씨를 보니 때 아닌 가을 생각이 스쳐갔다.
동백나무 군락지에는 꽃봉오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조급한 놈 한 두 송이는 붉은 꽃을 피웠지만 좀 더 기다려야 할 성싶다. 발밑의 흙이 보송보송해진 걸 보니 월출산 봄도 머지않은 듯했다. 월출산의 정상이 손에 닿을 듯한데, 돌아서려니 아쉬웠다. 언젠가 여유로운 일정으로 다시 한 번 오르리라.
▣ 금곡사와 김삿갓 시비
금곡사 입구에 있는 김삿갓 시비 앞에 자리를 폈다. 그 뒤로는 거대한 자연 석문이 위압적으로 솟아 있었다. 시산제(始山祭)를 올리기에는 제격이었다. 조촐한 제물을 차려놓고 연중 답사 길의 무사안녕을 빌었다. 방랑 시인 김삿갓(김병연)이 금곡사에 머물면서 지은 시 몇 수가 비에 새겨져 있었다. 풍자와 해학 시의 대가였으니, 요즘 세상을 본다면 풍자 시 깨나 읊었을 법도 하다.
김삿갓은 유람 길에 가는 곳마다 많은 시를 남기다가 객사 했다니, 자식과 가장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소홀히 했다는 평가도 있다는 게 흥미롭다. 어쨌든 전국방방곡곡을 떠돌던 김삿갓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남겨놓은 시들을 모으고 정리한 현세 시인이 있다 하니 이 또한 대단한 일이다. 몇 걸음 올라 금곡사에 이르니 인적조차 없어 한적하기 그지없다. 대웅전 뜰 한가운데에 보물로 지정된 삼층탑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외롭게 서있었다.
▣ 가우도
강진읍에서 바닷가를 따라 가니 가우도가 보였다. 이 섬에 가려면 출렁다리를 건너야 했다. 서너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400여 미터 거리의 좁다란 다리로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다리였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었으며, 사방으로 확 트인 풍광이 일품이었다. 바닷바람과 파도가 심신을 개운하게 씻어주었다.
가우도의 해변을 따라 걷는 나무 테크 길은 힐링 그 자체였다. 한참 걷다가 한옥마을을 지나니, 섬을 가로지르는 흙길 산책로가 나타났다.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또 다른 멋을 풍겼다. 아직은 다듬어가는 중이나 자연스런 멋이 있어 오히려 정이 가는 섬이었다.
▣ 마량포구
귀갓길에 잠시 마랑포구에 들었다. 포구에는 강진 도자기를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어 이색적이었다. 주민들의 휴식과 운동 시절도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어 다른 포구와는 차별화되어 있었다. 돌에 새겨져 있는 김영랑의 시를 꼼꼼히 읽고 있는 샘님들에게서는 고운 심성이 느껴졌다. 고기잡이배들이 드나드는 모습이나 바닷고기들은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 머무른 시간이 짧고 오후의 피곤함이 밀려온 탓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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