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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요즘생각

삼식(三食)이, 그는 누구인가?

 

 

              삼식(三食)이, 그는 누구인가?

 

   요즘 소위 은퇴자들에게 널리 회자되는 말 중의 하나는 사잔에도 없는 ‘삼식(三食)이’입니다. 은퇴한 뒤 집에서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남성을 빗대 그리 부른다 합니다. 거기에 무슨 형제라도 되듯 일식(一食)이, 이식(二食)이도 있고,

   심지어 집에서 간식까지 챙겨 달래서 먹는다는 통 큰 다식(多食)이까지 등장합니다. 이 정도면 용기가 남달리 많던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신조어들을 듣고 있노라면 나는 어디쯤 속할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게 될 것입니다.

   나는 삼식이라는 호칭을 접할 때마다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과연 이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이며, 그는 여자일까 아니면 남자일까?’ 그리고 무슨 의도로 그런 별칭을 만들었을까?“

그 해답을 얻으려고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져봐도 그 단서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두 가지 상정(想定)을 해봤습니다.

   먼저 여자가 처음 만들었을 경우입니다. 이참에 일 없는 남자의 기를 완전히 꺾어 버리려는 속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정입니다. 그래서 그 동안 돈벌이를 무기로 주도권을 행사한 남자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해두자는 것입니다.

다음은 원작자가 남자일 경우입니다. 일식이나 이식이에 속하는 부류가 꼬박꼬박 세끼 밥을 축내는 삼식이를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나름 괜찮은 경우로 부각시키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다 지레짐작일 뿐 여전히 원작자의 성별이나 그 의도가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원작자가 누구이든 그게 무슨 대수인가?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삼식이라는 용어가 남자들 세계에서 더 자주 사용된다는 현실입니다.  은퇴남들의 회식 자리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대화가 있습니다.

   “나는 오늘 일식인데, 자넨 몇 식인가?”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은퇴 백수들의 씁쓸한 현실을 생각하면 웃지만 웃는 게 아닙니다. 유머라기보다 세상에 대한 역설적 반격으로 들리기도 한다. 사실 요즘처럼 생활이 여유로워진 것은 은퇴자들이 예전에 크게 한 몫 한 것에 기인한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렇듯 격하하는 칭호는 좀 심하지 않은 것인지요. 또 흘러간 노래를 부른다고 눈을 흘길지는 모르지만…….

                                                                             - 2013. 7.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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