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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열어준 아침’
<문경근칼럼-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은 그날의 행운을 예약하는 것>
2013 년 01 월 28 일 월12:40:41 문경근주필

 

▲ 아이들의 해맑은 눈동자는 꿈꾸는 샘물이요 정결한 생수다.<사진은 문경근주필의 소중한 손주들 모습이다>

 

누구에게나 아침은 옵니다.
그러나 눈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아침의 얼굴은 각양각색입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어제의 찜찜했던 그림자가 먼저 얼굴을 내밀기도 하며, 때로는 오늘 예정되어 있는 일들이 미리부터 어깨를 무겁게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름다운 상황이 나를 맞아준다면, 그날의 행운을 예약한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 문경근주필
주말을 맞아 집에 들른 딸 내외와 아내가 늦은 밤까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대화의 언저리에 앉아있던 나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슬그머니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미리 내 자리를 차지한 손자가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습니다.

거실에서 ‘기차소리 요란해도’ 태어난 지 일곱 달 된 손자는 세상천지 모르고 잘도 자고 있었습니다.
잠든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편안함과 깨끗함에 절로 매료되고 맙니다.
나는 손자의 잠든 모습을 보며, 가당치도 않은 일이겠지만 아기처럼 편안하고 유연한 자세를 흉내 내며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옆에서 뭔가 꼼지락거리는 낌새가 느껴지더니, 누군가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옆에서 잠들어 있던 손자의 손길이라는 것을 감지한 나는 슬며시 눈을 떴습니다.
꼬물꼬물 여린 손의 감촉이 부드럽고 따스했습니다.
아기가 방긋 웃는 얼굴로 눈을 맞추는 순간, 나는 짜릿한 감동에 젖어들었습니다.
그것은 여명의 신호였으며, 느긋하게 잘 잤다는 눈짓이기도 했습니다.

아기의 눈 맞춤에 기분 좋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아기는 연신 방긋거리며 내 얼굴을 매만졌습니다.
천진난만한 웃음에 반한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아기와 내가 이런 식으로 소통하는 동안 부드러운 손길을 통해 기분 좋은 에너지가 온 심신에 젖어드는 것 같았습니다.
밤새 하얗게 내린 눈이 이런저런 것들을 모두 덮어버리듯, 아기의 순수가 잡다한 상념들을 한꺼번에 밀어낸 아름다운 아침이었습니다.

이날은 운 좋게도 하루의 첫 대면은 아기였고, 그 상황은 작지만 옹골찬 감동으로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아침의 첫 기분이 하루 일과의 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날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와 만나게 되었으니, 아기 덕분에 첫 단추를 꽤 멋지게 꿴 셈이었습니다.
나도 가끔은 몰라보게 변해버린 자신을 들여다보며, 아기의 마음을 닮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기는 사람의 첫 모습이고, 동심은 사람의 첫 마음’이라는 말을 새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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