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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오솔길 산책기/전편/‘천년 정읍사, 오솔길에 머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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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정읍사, 오솔길에 머물다’
<문경근주필의 정읍사오솔길 산책기-전편>‘사랑의 기승전결(起承轉結)’ 따라 걸으며 ‘도란도란’
2012 년 10 월 17 일 수10:01:13 밝은신문

 

▲ 정읍사오솔길은 천년의 그리움이다.
지근거리에 있는 ‘정읍사오솔길’은 올 들어서만 십여 번이나 걸었지만, 매번 중간쯤에서 되돌아오곤 하여 아쉬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끝까지 걸어보는 것이 ‘녹색길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린 정읍사오솔길에 대한 샘골인으로서의 예의려니 생각하고, 벼르던 끝에 드디어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산야엔 초가을 기운이 완연하고 날씨조차 화창하여 걷기를 위한 자연 조건에는 모자람이 없는 날입니다.
이날 걸을 길은 정읍사오솔길 중 제1코스로 6㎞ 남짓한 거리입니다.
선배 삼락님(정읍교육삼락회 회원) 세 명이 동행하며 길동무가 되어준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정읍사공원에서 ‘샘골약수’로 가볍게 목을 적시고 길을 나섰습니다.
천년고개를 지나 곧장 오솔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천여 년 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서린 길 위를 걷게 되어 그런지 초입부터 마음이 다소 감상적인 모드로 전환됩니다.

 

 

▲ 정읍사오솔길을 걷다보면 몸 안으로 청량한 기운이 스며든다.
첫 오르막을 단숨에 올라서자, 서서히 소나무 숲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코끝을 간질이는 풋풋한 냄새부터가 시내와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몸 안으로 청량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하고 있다는 증표입니다.

‘만남의 길’이 시작되는 곳에 세워진 안내판의 글이 마치 한편의 시처럼 마음을 적시며 만남의 소중함을 깨우쳐줍니다.
숲 사이로 하늘이 잠시 트이더니, 정읍사공원 뒤편에 있는 아양산 꼭대기가 나타납니다. 자전거를 탄 한 젊은이가 내 옆을 잽싸게 스쳐가는 순간 잠시 젊음이 부러워집니다.

‘환희의 길’에 들어서자, 남사면조망대가 일행을 맞이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땀을 닦으며 심호흡을 하는 것이 제격입니다.
멀리 산 아래에 보이는 누런 벼가 가을 햇살을 쏘이며 막바지 살을 찌우고 있습니다.

구비 구비 꼬부랑 오솔길을 걸어 ‘고뇌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등줄기가 제법 촉촉해집니다.
북사면조망대의 난간에 몸을 기대니, 동편으로 확 트인 산야가 보입니다.

들 건너편으로 칠보산을 비롯하여 고당산, 망대봉, 옥녀봉 등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한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부터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제법 경사를 이루며 반복됩니다.
숨이 좀 차다 싶으면 내리막이 나타나 땀을 식혀줍니다. 좌우로 빽빽한 소나무 숲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소나무가 내뿜는 청량한 기운이 심신을 호복하게 적셔줍니다.

무엇보다 밟히는 흙의 촉감이 부드럽고 촉촉해서 발을 한결 가볍게 해줍니다.
기분이 상쾌해지니 발걸음도 가뿐하고 하찮은 이야기에도 웃음꽃이 번집니다.
오솔길에서 만나는 산책객들은 서로 옷깃을 스치듯 지나갑니다.

낯선 사람인데도 누구 할 것 없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마주쳤을 때의 굳은 표정과는 영 딴판입니다. 이렇듯 기분 좋은 표정은 정읍사오솔길이기에 가능한 모습들입니다.

북사면조망대에서 조금 더 나아가니, 널찍한 평상 하나가 나타납니다. 앞서 왔던 산책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서줍니다.
“방 빼주셔서 고맙습니다.”
배려에 대한 감사 인사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인수인계가 이루어집니다.
삼� 隻鍍湧� 길을 나선 후 처음으로 나이에 걸맞은 편한 자세로 앉았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며 준비한 간식을 즐기기에 딱 좋은 자리입니다.

힘을 충전한 일행은 두꺼비바위까지 쉼 없이 걸었습니다.
평소 노익장을 과시하지만 말수가 갑자기 적어진 걸 보면, 오름길을 걷기가 꽤 힘이 드는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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