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9봉 종주’, 미완의 숙제 마무리
지난 6월 14일 ‘내장산 9봉 종주’의 절반을 마친지 100일 만에 나머지 4개 봉우리 등반에 나섰습니다.
동행인은 모두 일곱 명으로 1차보다 두 명이 늘었습니다.
지난번에는 장군봉을 시작으로 연자봉, 신선봉, 까치봉을 다녀왔으니,
이번엔 서래봉(624m)을 시작으로 불출봉(622m), 망해봉(679m), 연지봉(670m) 순으로 오르기로 했습니다.
이날은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로 산행을 위한 환경적인 조건은 최적이었습니다.
내장사 주차장에서 여덟시에 출발하여 곧바로 서래봉으로 향했습니다.
서래봉은 9봉 중 가장 친근한 봉우리로, 내장산의 북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 봉우리입니다.
암봉의 모양이 마치 농기구인 써레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일주문을 기점으로 벽련암의 옆 담장을 따라 오르는 길은 비교적 무난한 편이었습니다.
올라갈수록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세가 볼만 했습니다. 40여분 만에 정상에 서니,
벽련암과 내장사가 산 속에 파묻힌 듯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북쪽으로는 정읍 시내와 야산, 너른 들판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내장산의 진정한 찬사는 서래봉을 딛고서야 비로소 가능한 것 같습니다.
불출봉을 향하는 산등성이 길에서 보이는 봉우리들은, 부드럽지만 장엄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불출봉은 서래봉의 서쪽 끝에 우뚝 솟은 봉우리로 원적암의 주봉이기도 합니다.
정상에서 사방을 빙 둘러보면 높은 산과 나지막한 야산 그리고 들판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쉽사리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장관을 이룬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음은 망해봉으로 향했습니다. 불출봉에서 서남쪽 방향으로 불출봉과 연지봉 사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상에서의 조망이 너무 아름다워 불출운하(拂出雲河)라는 칭송을 받기도 합니다.
날씨가 맑으면 멀리 서해도 보이지만, 이날은 옅은 안개로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날 마지막 오른 봉우리는 연지봉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발원하는 물이 내장산 계곡으로 흘러 내장호에 모이며,
이 물이 동진강을 따라 호남평야를 적신다니 위대한 발원지라 할 수 있습니다..
연지봉에서의 하산 길이 마땅치 않아 내친 김에 까치봉까지 올라가서 내려왔습니다.
까치봉은 지난 1차 산행 시에 다녀왔던 봉우리라 이번에는 기분 좋은 덤이었던 셈입니다.
내장산의 9봉은 봉우리마다 그 높이는 그만 그만이지만,
보이는 경치는 나름대로 잘난 멋이 있어 비교 자체가 어리석음입니다.
육순의 중번을 넘어 다시 시도한 ‘내장산의 9봉의 종주’라는 미완의 숙제를 마무리하던 날,
일행의 모습은 가뿐하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이날 동행한 일곱 명 산우들의 구성이 각성(各姓)임을 발견하고, 이 또한 인연이라 여기며 다음 산행을 약속했습니다.
- 2012. 9.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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