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즘 이야기★/***사는이야기

텔레비전에 나올 뻔~

 

"'SBS 생방송 투데이'의 작가 나00입니다."

뜻밖의 전화에 나는 순간 멈칫해졌습니다.

나의 육아일기에 대한 소재를 방송하고 싶다니, 방송 출연은 무엇이며 육아일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작가의 배경 설명을 듣고서야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방송 소재를 구하던 중, 우연히 내 블러그에 들어가 유별난 내용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내 블로그와 인터넷신문에 '할아버지의 육아일기-외손자와 논높이 맞추기'라는 제목으로

손자를 돌봤던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읽었던 모양입니다.

할아버지의 육아일기 속 이야기가 재미있고, 육아에 대한 현실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를 방송에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일이 방송 소재가 되고 출연까지 할 것이라는 말에 나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국적인 방송에 얼굴을 내밀게 되다니, 온갖 상상으로 잠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그 작가가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즘도 내가 손자들 틈바구니에서 육아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 모습을 곧바로 영상에 담을 수 있을 거라 기대가 있었지만, 그게 무산된 것입니다.

이미 3년 전에 큰 손자의 육아는 종료되었고, 둘째 손자도 4개월 전에 부모 곁으로 회귀했다는 설명을 듣고나서야

그 작가는 아쉬워하며 앞으로도 내 블로그에 자주 들르겠다는 약속을 남겼습니다.  

인사치레라는 것을 말면서도 잠시나마 기분이 좋았습니다.

 

블로그는 나를 중심으로 한 작은 이야기들을 담아두려는 것이지, 드러내고자 한 것이 아닌데…….

남들이 들러 읽어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허투루 여겨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어쨌든 내가 텔레비전에 나올지도 몰랐던 해프닝은 없는 것보다 나은 한 도막 즐거움이었습니다.

동요 한 구절이 언듯 떠오릅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그러나 그게 현실화 되었다면, 나는 웃었을까, 울었을까?

                                                                                                                    - 2011. 3.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