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작은 생명의 일기★
나는 복분자입니다.
내가 자리잡고 자란 곳은 도로변 배수로의 콘크리트 옹벽 작은 틈새입니다.
애초부터 다른 친구들처럼 거름기 많은 땅에서 호강하며 자라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지나는 길에 이곳에 나를 떨어뜨린 것 같지만,
나는 용케도 생명을 부지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밤낮으로 내지르는 자동차 소리와 하수구의 퀘퀘한 냄새도 잘 이겨냈습니다.
사람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 척박한 곳에서,
나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평생을 지냈습니다.
술이나 즙으로 재탄생하여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할지언정,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풍성하지는 못해도 검붉은 열매까지 맺었으니, 나의 일생은 그리 후회스럽지 않습니다.
- 2010년 6월 19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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