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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사는이야기

임자 잘못 만난 열쇠

                   임자 잘못 만난 열쇠

 

사람마다 자동차 열쇠를 보관하는 방법이 가지각색입니다. 

열쇠지갑에 끼워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나는, 열쇠를 벌써 세 차례나 잃어버렸다 찾았습니다.

첫번째는 차 안의 열쇠박스 밑에서 ,두번째는 차 옆 땅바닥에서 찾았습니다. 

온 가족이 동원되어 이 방 저 방, 이 주머니 저 주머니를 뒤적이며 온갖 법석을 다 떤 후였습니다. 

 "혹시 등잔 밑에 있을지 모르니, 차 안에 찾아보세요."

결국은 아내의 핀잔 반 놀림 반의 권유를 듣고서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쨋든 두 차례의 경우는 모두 집에서 열쇠지갑을 펼쳐보다가 빠져나간 걸 알았으니,

그 정도로 해결된 게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내 열쇠지갑엔 자동차 키를 비롯하여 리모컨, 아파트 열쇠, 컴퓨터용 이동디스크 등이 걸려 있습니다.

지갑의 크게에 비해 내용물이 많다보니, 딱단추는 늘 채워지지 않은 채 엉성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거기다 유달리 열쇠를 걸어둔 고리가 헐거워 빠질 위험이 상존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열쇠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리모컨으로 쉽게 잠그고 난 뒤,지갑을 야무지게 단속하지 못한 내 탓입니다.

 

지갑을 바꾸던지 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나의 안일과 게으름이 또다시 결정적인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힘겹게 주차를 하고 예식장에 들러 두 시간 가까이 보내고 난 뒤, 밖으로 나오는 길에 열쇠지갑을 만지작거렸습니다. 

평소보다 가볍다싶어 확인해보니 차 열쇠가  빠져나갔습니다.

 '또 빠졌구나.' 자탄하며, 부랴부랴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불길한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던 나는,  차 옆 땅바닥에서 열쇠를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습니다.

흘러간 시간으로 볼 때, 이번에는 열쇠가 문제가 아니라 차를 잃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씨 고약한 사람의 눈에 띠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최악을 경우도 떠올려보았지만, 역시 세상은 그늘보다 빛이 휠씬 많은 법.........

지나가는 사람이 떨어진 열쇠를 보았던들 흑심을 가질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경사스런 자리에 온 사람들일진데...

그후 차를 찾느라 우왕좌왕하는 꿈을 두어 차례 꾸기도 했지만,

나는 임자를 잘못 만난 그 낡은 열쇠지갑을 지금도 바꾸지 못하고 가지고 다닙니다.

이건 결코 절약이 아니며 나의 게으름과 타성 탓입니다.

                                                                      - 2010. 5.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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