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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사는이야기

발 밑으로 오는 봄

                                     발 밑으로 오는 봄

 

봄이 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봄의 신호를 찾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면 봄빛이 스며들고 있다며 반가워 합니다.

돋아나는 새싹이나 앙증맞게 맺힌 꽃망울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봄을 만났다며 반색을 하기도 합니다.

움츠림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에서도 봄을 알아차립니다.

꽃집에서는 몇 걸음 먼저 핀 봄꽃들이 예쁜 자태를 뽐내며,서둘러 집안에 봄을 들이려는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작은 철쭉 화분을 보듬고 집에 들어온 가장은, 봄을 사 왔다며 가족들 앞에서 폼을 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진정한 봄 마중은 밖으로 나가야 제격입니다.

작은 칼과 비닐봉지 하나만 챙겨들고 나가면 밭둑에 내려앉은 봄을 집안으로 들일 수 있습니다.

지천으로 깔려있는 쑥은 화려하지도 돋보이지도 않지만, 친근하고 수수한 봄의 전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식탁에 올린 쑥국을 마주하면 그 맛과 향이 온몸을 봄으로 적십니다.

가장 좋은 먹을거리는 제땅에서 나는 체철 음식이 제격이라 합니다.

이른 봄에 입맛을 돋우는 음식 중 쑥국을 으뜸으로 여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봄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섭니다. 

 

 

나는 산책길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봄을 만났습니다.

봄이 미리부터 와 있는 곳은 뜻밖에도 따로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돋아나는 새싹처럼 풋풋하지도 않습니다. 꽃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색깔도 향기도 없습니다.

좀처럼 거들떠보지 않았던 그것은 발 밑의 땅이었습니다.  

발 밑에서 느껴지는 생기있는 촉감에 그곳을 유심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흙은 마치 깨어있는 듯 했으며, 그 모습이 며칠 전의 그것과는 완연히 달랐습니다.

푸석거리거나 질척거림도 없이 생명력조차 느껴집니다.

겨우내 숨을 죽이고 있던 땅이 거대한 호흡을 시작한 듯 보입니다. 

봄은 풀이나 나무를 찾기에 앞서 몇 걸음 먼저 땅을 찾아온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힘을 비축하며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땅은 이제 그 힘으로 풀을 돋게 하고, 꽃과 잎을 피게 할 것입니다.

마치 어머니처럼…….

 

봄의 신호는 먼 곳도 높은 곳도 아닌, 가장 가깝고 낮은 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 발 밑의 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