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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나들이보고서

뱀사골과 화엄사를 가다


                                                뱀사골과 화엄사를 가다

 

  ★ 일시 : 2016년 5월 14일(토)

  ★ 답사지 : 지리산 뱀사골, 구례 화엄사

  ★ 동행 : 샘골문화유적답사회

 

【뱀사골과 천년송】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지리산. 이 산의 줄기를 타고 내리면서 뻗친 여러 골짜기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뱀사골을 찾아가는 날.

   구름도 드러누워 쉬어간다는 와운마을을 목표로 뱀사골의 구불구불 오르막 산길을 걸었다. 5월 호시절에 사방이 녹음으로 뒤덮여 걷기는 안성맞춤이다. 길 아래 골짜기에서는 맑은 물을 쉼 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때로는 바위에 부딪치고 때로는 넘어가려다, 그도 힘에 부치면 감돌아 흐른다. 지혜와 여유가 거기 있음을 배우게 된다. 주고받는 일행의 말소리는 숲속으로 번져가며 자연속에서 하나가 된다.

   재작년이던가. 반 년 내내 전 10권에 대하소설 ‘태백산맥’ 심취한 일이 있었다. 소설의 무대는 지리산이며, 이곳 뱀사골은 빨치산의 은신처 중 하나였다. 산길을 걷는 동안, 뱀사골의 빼어난 풍광과 소설 속의 생사를 넘나드는 장면이 번갈아 스쳐간다. 골짜기 굽이굽이마다 서린 아픈 상처를 씻어 내리기라도 하듯 물소리는 청아하고 녹음은 향기롭다.

   한 시간 남짓 걸려 다다른 와운마을 뒤편에는 천연기념물 천년송(千年松) 두 그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천 살 된 소나무 그늘에서 주변의 산봉우리를 들러보며 숨을 돌렸다. 지리산의 장엄함과 천년송의 연륜을 함께 생각하며, 나의 존재는 소소하기 짝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대치할 수 없는 유일하고 소중한 존재려니 생각하며 심신을 추슬러본다.

   건강하고 우람한 할머니 소나무 뒤편으로 할아버지 소나무가 서있다. 할머니를 보살피느라 그런지 어딘가 부대끼고 말라 보이는 모습이 애잔하다.. 때맞춰 유머 한 자락을 깔아본다. “이 소나무는 3년 전에 천년송이었으니, 이젠 천삼년송입니다.” 삼년 전에 이곳에 다녀갔는가 보다며 눈치 챈 사람들은 웃어준다. 유머 때문인지 지나가는 바람 덕인지 등짝이 시원해진다.

 

【부처님 오신 날 화엄사에】

   오후엔 한국 5대 사찰 중 하나인 구례 화엄사를 찾아갔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이라.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절 마당은 물론 오가는 길가에도 연등이 화려하다. 소문대로 큰절이다. 이날만은 중생도 속세의 번뇌를 떠나 불심에 젖은 듯 너나없이 차분하고 의젓하다. 참 보기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세상 사람들의 모습이 오늘만큼만……. 나도 불심의 언저리라도 닿아볼까 하는 기대로 법당 안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아기 부처 앞에서 잠시 서성거리기도 했다.

   화엄사 뒤편에 구층암이라는 암자에서 벽안의 스님과 마주 앉았다. 그가 따라주는 녹차를 연거푸 마시며 잠시 몇 마디 나누었다. 차림은 스님이지만 독일에서 불교를 배우러온 자칭 가짜 스님이란다. 그 청년이 이역만리 낯선 땅에 온 연유가 궁금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이 또한 스쳐가는 작은 인연이려니 싶다.

   5월의 짙푸른 신록에 젖으며, 불심에 안긴 사람들 속에서 지낸 이날의 문화답사는 보람된 여정이었다.         


(여기부터는 뱀사골입니다.)















(여기부터는 화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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